작년 상반기, <스마트치안>이라는 이름으로 강좌를 개설해 6명의 학생들에게 치안데이터 분석의 개괄에 대해 강의했다. 학생들과 함께 주기적으로 만나 대화하는게 나의 박약한 지식을 실감케 했다.
당시 시험을 데이터 분석이나 분석 기획을 해보도록 하고 보고서 제출하여 평가했다. 4가지 주제를 개인, 팀이 발표했다. 그 중 3명이 팀을 짜서 마약범죄의 공간적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보고서를 논문으로 작성해 제출했고 언론에서 보도했다. 어려운 내용을 알기 쉽게 풀어 보도해주신 헤럴드 경제 박혜원 기자님께 감사드린다.
6명의 학생들은 모두 졸업해서 현직 경찰이다. 논문의 주저자들이 현재 군인이거나 대학원생이기에 내가 언론보도에 응했다. 대부분의 분석과 글로 작성하는 이들은 공정배, 유현우, 김민정 경위이다. 나는 범죄 데이터를 동 단위로 집계해서 데이터 분석하도록 지원하고 논문 감수를 맡은 역할이다.
물론 데이터는 그야말로 귀중히다. 이번 논문이 주목받은 건 그간 관련 마약범죄의 통계가 시도 혹은 시군구인데, 이번 연구는 행정동 단위의 비교 분석이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은 자세할 수록 설명하고 활용하기 좋다. 시도 혹은 시군구 데이터로는 정책에 활용할만한 결과를 얻기 어렵다.
현재 경찰의 범죄통계는 시군구 단위로 공개한다. 동단위 범죄통계는 별도의 처리를 해야 한다. 처리한 데이터를 외국인, 클럽, 술집, 숙박업, 공시지가 등 다른 공간 데이터와 함께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마약범죄는 공간적 자기 상관성을 가지고 있다. 특정한 사건, 사물의 공간적 밀집이 우연하지 않고 공간적인 특징에 따라 나타나는 통계적으로 입증된 성격을 공간 상관성이라 한다. 그것을 입증하는 모델인 Moran's I 모델에 따라 마약범죄의 공간상관성을 입증했다. 밀집 지역을 분석하는 LISA 모델로 밀집에 대한 공간상관도 입증했다.
둘째 이렇게 입증한 서울지역 마약범죄의 공간적 밀집지역은 강남권역, 마포권역, 구로영등포 권역이다.
주로 신구도심의 유흥지역이다.
둘째 공간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 요인을 분석했다. 유의미한 영향요인은 유흥주점, 클럽 등 유흥시설과 내국인 인구수였다. 인구가 많은 곳, 유흥시설이 많은 곳에서 마약범죄가 더 많이 생긴다는 통계적 결론이다.
외국인이 많거나, 땅값이 낮거나, 숙박업소가 많은 곳에서 많이 발생하기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요인이 서울 지역 내에서 통게적 상관관계를 나타내진 않았다.
서울은 이미 전체적으로 집값이 비싸고, 외국인 수가 동단위 큰 차이가 나지 않거나, 유흥업소와 차별적인 숙박시설 밀집은 아닐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위해 공정배, 유현우, 김민정 경위는 마약범죄의 동단위 데이터를 정리하고 지역별 인구, 소득 등 영향요인을 배치했다. 해당 데이터 셋을 만들어 내는 것도 큰 노고이다. 일일히 손으로 해야 하는 일이다. 선행 연구를 검토해서 새로운 가설을 설정해서 공간 분석했다. 공간 분석 소프트웨어인 GeoDa sw를 독학했다. 이런 sw 운용방법은 내가 가르쳐서 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연구 결과이다.
대학에 6년째 일하고 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기 보다는 공무원들로 구성한 연구부서에서 일한다. 대학 교육 속에서 연구 순환을 부러워했다. 다른 대학은 교수가 학생들을 가르쳐서 학위를 수여하고 취업으로 이어지는데 경찰대학은 그런 체제가 약하다. 이번 논문은 그 희망을 조금이라도 실천했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것을 독려하고 그 과정에서 나도 배우는 보람과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