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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패쓰파인더 Feb 03. 2022

왜 그 범죄가 많이 일어날까?

경기, 소득, 거주 인구 특성과의 관계

경기가 안 좋으면 사기 범죄가 늘어난다. 경기가 좋으면 사람들이 많이 다녀서 폭력 신고가 늘어나? 여름 되면 성범죄 신고가 많아? 명절엔 가정폭력이 많다면서? CCTV와 가로등이 많으면 강력범죄가 줄어들겠지?


범죄와 그 영향 요인에 대한 속설들이다. 이런 통념들은 경찰에게 몇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어떤 지역의 소득, 복지의 수준,  환경의 차이들이 범죄 발생에 영향을 준다면 그런 요인들이 변할 때 어떤 범죄가 많이 생길까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다. 둘째는 보다 적극적인데, 어떤 범죄와 영향이 있는 요인을 안다면 그 요인을 개선할 수 있다. 복지혜택을 준다던지, 환경을 개선하는 활동으로 범죄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센터에서 분석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첫째 사회경제적 요인과 결합한 시계열 분석이다. 경제지표가 변하면 특정한 범죄가 늘어날까? 이에 대한 박세연 분석관(2019년)의 분석이다. 2008~2018년 경제지표(경제성장률, 소비자물가 등락률, 실업률 등)와 범죄통계를 결합해서 랜덤 포레스트 방식으로 머신러닝 했다. 주된 비교시점은 2008년 금융위기 전후였다. 두 가지 착안점을 얻었다. 우선 특정경제범죄는 경제위기 당해연도에 급증했다. 특정경제범죄는 사기횡령 배임과 같은 경제범죄의 피해액이 5억 이상일 때 적용하는 법률이다.  경기가 나빠질 때 거액 피해를 끼치는 경제범죄가 늘어난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2019 스마트 치안 연구 분석 (박세연)

여파가 뒤늦게 나타나는 범죄도 있었다. 금융위기이던 2008년 다음 해인 2009년 전보다 눈에 띄게 늘어난 범죄는 도박 범죄였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를 관찰하면 도박, 배임, 문서위조 강도 등이 소폭 높아졌다. 도박 등은 경제 위기에 뒤이어 급증하고, 배임과 문서 위조, 강도죄는 경제 악화 시기에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는 결론이다.


출처 : 위와 같음

 

경제적 지표와 범죄통계를 시기별로 살핀 것이 위 기법이다. 지역적 요인들과 비교하는 방식도 있다. 센터에서는 가정폭력 범죄를 지역의 특징과 비교해보았다(2019, 박세연, 김혜진). 서울에서 2017년 가정폭력 112 신고한 2만여 건을 공간 분석했다. 분석 단위는 행정동 단위로 영향 요인을 대비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비율, 인구밀도, 인구이동률, 세대당 인구수, 외국인 인구 비율, 이혼율 등을 사회구조적 요인 변수로 분석했다.

출처 : 2019 스마트치안지능센터 데이터 연구 분석 연구(박세연)

분석 결과 기초생활수급자와 인구밀도가 정(+)의 요인이었다. 외국인 인구비율은 부(-)의 요인이었다. 인구밀도가 높을수록 기초생활수급자가 많을수록 가정폭력 신고가 많다는 결론이다. 가정폭력 신고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지역을 공간적 군집을 분석한 그림은 위와 같다.


경찰과 자치단체는 위 분석 결과를 반영할 수 있다. 가정폭력 신고 고위험 지역에 근무하는 경찰은 가정폭력 현장 대응에 대해 더 많은 이해를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 현장 대응 방법, 상담-지원 기관과의 협업 방식을 숙지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지자체는 고위험 지역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을 통제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기초수급자 비율이 영향을 끼친다면 해당 가정에 대한 상담, 지원 때 가정폭력에 대한 관찰, 예방 노력을 함께 한다면 좋을 것이다.


범죄학에서는 지역사회의 범죄 영향 요인으로 '집합 효율성'을 꼽는다. 샘슨의 집합 효율성 이론에 따르면, 집합 효율성은 지역의 무질서나 사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지역주민의 응집력이라고 할 수 있다. 집합 효율성이 높은 지역 주민은 범죄의 두려움이 적다. 지역의 무질서는 주민들 사이에서 범죄의 두려움을 낳고, 지역주민들이 지역의 비공식적인 활동에 참여하지 않게 된다. 지역의 응집력을 낮아지고 집합 효율성을 낮추어 범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손 다래, 박철현 2019)


미국의 연구 사례는 다음과 같다. 집합 효율성이 높은 지역은 사회경제적 지표가 낮아도 범죄율이 낮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2019, 스마트치안지능센터 분석 연구, 홍성주)

2019, 스마트치안지능센터 분석 연구, 홍성주 

위 그림의 왼쪽은 범죄율, 중간은 집합 효율성, 오른쪽은 사회경제 수준이다. 해당 지역은 미국 마이애미주 데이비드 카운티이다. 범죄 발생은 2004~2010년까지의 살인 등 죄종을 분석했다. 사회경제 수준은 소득 수준, 

주택 보유 정도를 대상으로 했다. 집합 효율성은 1200여 개 가구를 방문하여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곳(오른쪽 그림에서 초록색)에서는 범죄율이 낮다(왼쪽 그림 파란색)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곳(오른쪽 그림에서 녹색)에서는 범죄율이 높다(왼쪽 그림 빨간색). 그런데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음에도 범죄율이 높지 않은 곳이 있는데 이곳은 집합 효율성이 높은 지역이다. (가운데 그림의 오른쪽 화살표 지역) 반면 집합 효율성이 낮으면 사회경제 수준과 무관하게 범죄 발생률이 높다(가운데 그림의 왼쪽 화살표 지역)


즉,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하려는 공동체의 협업이 중요하다. 자치경찰 시대를 맞아 지자체에서 공동체의 의사소통을 촉진해야 한다는 착안점을 준다.


한국 경찰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치안에 대한 만족도를 측정하고자 매년 체감안전도를 조사한다. 그 결과를 지역의 환경 등 영향 요인과 대비하여 예측하는 기능을 개발해보았다. 이 연구는 경찰 데이터(112 신고, 범죄통계)와 공공 데이터(인구, 소득, cctv 수, 보안등 수)를 대비했다. 데이터 분석은 한국 토지주택공사(LH)의 분석 플랫폼 COMPASS를 활용해 공모했다. 심사결과 선정한 분석 코드를 적용한 바, 지역의 체감안전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CCTV, 보안등 수, 외국인 거주자수, 1인 가구수였다.  

 

2021 스마트 치안 R&D 보고서 (LH 협조)

LH의 지원을 받아 해당 기능의 화면을 만들고 있다. 2월 중 공개할 예정이다. 이 시스템으로 각 지역의 체감안전도가 CCTV, 가로등 등의 변화와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지자체는 상대적으로 안전도가 낮고, 향상되는 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하는 지역에 우선 CCTV와 보안등을 설치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이상으로 범죄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적 요인, 가정폭력에 영향을 미치는 기초수급자 비율 등 지역적 요인, 범죄율을 낮추는 지역 주민들의 응집도인 '집합 효율성', 체감안전도와 지역 환경 요인의 예측 분석을 소개했다. 그동안 이 연구는 개별적으로 의미가 있다. 아직은 모든 것을 설명하는 통합된 틀을 갖추지 못했고 범죄 유형별로 찾아내 보여주는 단계이다. 경찰 부서와 지자체 등에서 확신을 가지고 꾸준히 활용하기 위해서 계속 발전해야 한다. 보다 선명한 변수를 찾아내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최신 데이터를 꾸준히 업데이트해서 현재성을 갖춰야 한다. 접속해서 우리 지역의 변수와 범죄를 확인하는 시각적인 도구를 갖춰야 생각을 나누기 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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