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패쓰파인더 May 04. 2022

기술 악용 범죄와 경찰 대응-3

데이터와 과학 기술 혁신의 저해 요인

'혁신'의 시대다. 지난 세기에 경찰에게 혁신은 주로 제도 혁신이었다. 이 시대의 혁신(Innovation)은 제도·절차 중심에서 ‘기술 기반 가치 창출’이 더 와닿는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그런 혁신 집단이다. 경영학이나 행정학의 조직이론에서도 조직이 혁신을 촉진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변화시키는 연구도 활발하다. 


1. 경찰의 기술 혁신 체제 연혁


경찰도 이 흐름을 따라가려 애쓴다. 경찰은 법개정과 조직 신설 이후 양적으로는 확대하고 있다. 경찰도 ’14년국가 R&D에 참여하도록 경찰법을 개정했다.  경찰법 33조는 '① 경찰청장은 치안에 필요한 연구ㆍ실험ㆍ조사ㆍ기술개발 및 전문인력 양성 등 치안분야의 과학기술진흥을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 추진하여야 한다. ② 경찰청장은 연구개발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관 또는 단체 등과 협약을 맺어 연구개발사업을 실시하게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한다. 1항은 경찰의 치안과학정책과 직접 연구 역량의 향상을 규정하고 2항은 연구기관들과 국가 연구개발을 협약해서 맡기기 위한 조항이다. 

이 조항에 터잡아 대통령령(경찰청과 그 소속기관 직제 29조 3항 6호)에서 치안정책연구소의 업무로 경찰청 제33조에 따른'연구개발사업의 기획ㆍ평가ㆍ관리 및 치안과학분야의 시험ㆍ조사ㆍ분석 등 연구'를 정했다. 



추진 조직도 커졌다. 2011년 경찰청 연구발전담당관실 내 만든 R&D계가 2021년 경찰청 과학치안정책팀이 되었다. 치안정책연구소 내 과학기술연구부(’15년), 스마트치안지능센터(’18년), R&D기획평가 센터(’19년) 등 R&D 전담 조직이 늘어나고 있다. 사업도 많아졌다.  「치안과학기술 연구」(’15년)을 시작으로 「폴리스랩」(’18), 「미래형 국민 치안서비스 개발」(’20년), 「효율적 치안활동을 위한 현장 지원 기술 개발」(’20년) 등으로 규모와 종류가 성정해다.


경찰이 운영하는 국가 R&D 예산은  2015년 22억원에서 2017년 97억원, 2019년 186억원, 2021년 492억원으로 늘고 있다. 올해 592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성장세이지만, 경찰의 역할과 규모, 주요 국가의 치안 R&D 규모나 다른 기관에 비교하면 부족하다. 22년 국가 R&D 예산은 29.8조원인데, 이중 0.2% 정도이다. 군이 2조에 육박하는 것을 상정하면 규모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치안정책연구소는 경찰청으로부터 이 예산을 받아서 연구 기관를 선정해서 연구과정과 결과를 평가한다.


외부 협약 방식이 뿐 아니라 직접 연구하기도 한다. AI-빅데이터, 자율주행, 법과학, 장비, 3D프린팅 연구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국가기관이 과학기술연구를 하기 위한 예산을 사용하기위해서는 기재부로부터 '시험연구기관'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2019년부터야 예산을 받기 시작했다.  경찰은 2016년부터 시작한 국가 R&D과 전통적으로 각 부서들이 하고 있는 정보화 사업 등으로 기술 개발하고, 치안정책연구소의 내부 R&D를 하며 조금썩 커나가고 있다. 


2. 경찰 기술 혁신에 대한 쟁점

경찰의 과학기술 혁신 역량은 어떠할까? 내외부, 실무자·지휘관・현장의 차이가 있다. 내부 구성원들은 '나름 잘하고 있는 것 아닐까?'하는 낙관, '보이스피싱 등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이 섞여 있다. 통합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관계자들은 '비슷한 주제로 성과를 자랑하지만, 항상 마지막에서는 따로 과시할 뿐 일관된 전략이 없다'는 지적을 한다. 대부분은 현장 경찰에 정말 필요한 것을 기술로서 충분히 도움받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경찰 내부 구성원들이 '나름 잘한다', '따로 따로 떨어져 비효율적이다'라는 견해가 엇갈리는 반면, 기술 전문가들의 시각은 냉정하다. 대외적으로 발표하는 내용을 검증할 수 없지만 인공지능·빅데이터 기술이 활발한 단계는 아니다. 엇갈린 현실인식과 해결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조직적 체계와 기술 역량이 아쉽다. 경찰 전체의 R&D 운영 조직의 역할은 더 커지고 역량은 높아져야 한다. 기술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은 부족하며 자주 교체되면 역량이 내재화하기 어렵다. 치안정책연구소에 있는 공학 전공가과 연구개발 경력자들에게 승진과 발전전망의 인센티브를 보여줘야 한다. 


데이터 혁신분야는 첨예하다. 각 부서들이 업무 데이터를 쥐고 정보화시스템으로 발전시키려 하지만, 그것이 내부 전문가들과 데이터 분석 개발을 협력하려는 이는 드물다. 상층부에서는 '전체적 맥락에서 동의'했다고 해도, '실무 레벨'로 내려올수록 내용의 디테일을 문제삼으며 진척이 안되기 일수다. 경찰이 데이터를 협업하는 근거・요건・한계를 규정하는 법률은 커녕 내부 규정이 없어, 실무자 입장에서는 책임을 우려하며 소극적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AI 기술은 실제 데이터를 연구해야 한다. 치안 데이터는 실 데이터를 민간에 의존할 수 없어 자체 역량이 필요하다. 경찰 안에 치연(스마트치안지능센터)라는 부서의 역량은 조금씩 쌓이고 있는데, 아직 활발하게 활용하지는 않고 있따. 


기술 부족을 탓하기 보다는 ‘두려움’이 더 장애 요소다. 새로운 혁신은 실패와 시행착오, 변수 등 위험을 수반한다. 미국 변혁적 리더쉽을 연구한 사례에서 '근원적 변혁에 성공한 리더들은 예외없이 규정 위반'했다는 흥미있는 발표를 했다. 규정 위반을 탓하지 말하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근원적 변화를 위해서 누군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새로운 무언가는 '기존의 규정이 정하지 않는 절차나 결과'를 맺는 것이 당연하다.  매년 인사(人事)에 매달리고, 상사의 하향적·즉시적 의사결정이 가장 중요한 경찰 조직은 새로운 시도에 두려움부터 느끼게 된다. 데이터 혁신을 위해 타 부서에 데이터 제공하거나 새로운 개발 참여 결정하자는 결정은 두려움을 수반한다. 


두려움없는 조직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는 책은 이런 교훈을 준다. 두려운 리더에게 구성원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과학'을 품겠다는 조직이라면 '두려움'을 걷어내야 한다. (적어도 연구기관이라도)


실험적 여건도 미약하다. 연구 개발은 오랜 시간, 많은 인력·장비를 투입하고, 성과물이 불투명하다. 그것이 정부 사업을 통해 정해진 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정해 건전한 절차를 쫓아 연구개발을 하면 이 과정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겠다는 '국가 R&D'의 취지이다. 실패하기 쉬운 R&D는 연구소에서 담당하고, 성공의 결과물을 경찰청 부서들이 가져 가면 된다. 그 역할을 구분하지 못하면 연구기관을 경쟁자로 배척할 수 있다.

특정 부서들과의 관계에서만의 문제라기 보단 경찰에 내재된 두려움 탓이다. 연구소 스스로도 실패를 회피하거나 국관을 협력하는 힘을 키워가고 있진 못하다. 시기와 인적 구성의 영향을 함께 받는다.


'두려움'없는 조직에게 '실패'는 큰 자산이다. 도전의 산물이고 전진의 발판이다. R&D 산출물을 당장 실용화하지 못한다. 대부분 국가 R&D는 기술 성숙도에서 5~7단계(시제품) 통과하면 합격한다. 시제품 이후에 실용화를 위한 계단이 있다. 이 계단을 R&D 못지 않는 실험 연구를 하며 넘어야 한다. 당연히 바로 사용하지 못하는 R&D 산출물을 '파묻어야 하는 실패'로 받아들이면 어찌 단계적 발전을 하겠나?

가인지 캠퍼스(https://url.kr/sl52qx)


치안과학원으로 승격해서 국관과 대등한 의사소통을 하며 건전하게 협력하는 것. 기술적 역량과 리더쉽을 가지고 경찰의 기술전략을 보좌하는 체계가 되길 희망한다.  

작가의 이전글 기술 악용 범죄와 경찰 대응-2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