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공간, 다른 시작

살아있다는 건 기억될 존재로 남는일

by 봄날의꽃잎


드라마 [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마지막 회. 응급실 한쪽 병상에서는

생명이 마지막 숨을 고르고 있었고,

다른 쪽 병상에서는

막 태어난 아기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같은 병원, 같은 공간, 같은 시간.

한 의사는 한쪽에선 마지막을 보내주고,

또 다른 한쪽에선 새로운 삶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 장면이 자꾸 마음에 남는다.


삶이란, 이렇게 교차하는 걸까.

죽음과 탄생이 같은 문 안에서 오가는 일이라면,

우리의 하루는 얼마나 값진 걸까.




나는 때때로 너무 일상에 매여

살아 있다는 것의 기적을 자주 잊곤 한다.

하지만 그 장면은 말해주고 있었다.

“누군가의 마지막은, 또 다른 누군가의 처음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서로의 끝과 시작 사이 어딘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죽음에 대해 생각이 많아진다.

아직 부모님이 곁에 계시지만, 그들과의 헤어짐을 상상하면 가슴이 먼저 저려온다.

나는 과연 잘 보내드릴 수 있을까?

아니, 나는 남겨질 준비가 되어 있을까?


사실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내 안에

오래전부터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아주 가까운 친구를 갑작스럽게 떠나보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세상이 예전처럼 보이지 않았다. 사람은 이렇게 쉽게 떠날 수 있고,

세상은 그렇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돌아간다는 걸

너무 이른 나이에 알게 되어버렸다.


나는 여전히 그 친구를 기억하고 있지만,

세상은 그 친구가 없다는 사실에 익숙해진다.

시간은 모든 걸 덮어버리지만,

기억은 흐르지 않고 가슴 한켠에 남는다.


죽음을 떠올리면 동시에 삶이 떠오른다.

오늘 하루를 내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말하고 있는지,

혹시 소중한 감정을 미뤄두고 있진 않은지.


삶과 죽음은 늘 나란히 존재한다. 어쩌면 그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공평함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오늘,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한 생의 끝자락에서 누군가의 시작을 마주하고,

어느 출발선 위에서는 이미 사라진 이들의 자리를 되새긴다.

이 모든 순간이 삶이고, 그 사이를 살아내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싶다




[오늘의 마음 ]


살아 있다는 것은,

여전히 누군가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언젠가 기억될 존재로 남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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