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 세번째이야기
이번 이야기는 두맹이골목 벽화 세번째 이야기이다
두맹이골목에는 벽화가 많다.
그림 속에는 아이들이 뛰고 웃고 있다.
커다란 우산을 함께 쓰고 장난을 치는 아이,
강아지나 기린을 쓰다듬듯 손을 내미는 아이,
빨간 입술 앞에서 까르르 웃음을 터뜨리는 아이들까지.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마음이 따뜻해졌다.
예전에도 이 골목엔 아이들이 참 많았다.
지금처럼 조용한 동네가 아니었다.
골목 안쪽 평상에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보말을 까먹거나 무화과를 돌 위에 올려놓고 나눠 먹었다.
키우던 강아지를 끌고 나와 달리기도 했고,
비 오는 날엔 비닐을 뒤집어쓰고 골목길을 누비며 첨벙거리기도 했다.
그 시절, 놀이터가 따로 있던 것도 아니었다.
이 골목 자체가 놀이터였고, 마당이었고, 세상이었다.
요즘의 골목은 어린아이들은 드물고, 노인들의 걸음이 더 익숙하다. 텅 빈 골목을 아이들과 함께 산책할 때마다 그림 속 아이들이 지금 우리 아이들과 겹쳐졌다.
아이들은 벽화를 진짜처럼 여겼다.
벽화를 하나하나 손으로 짚으며 “어, 여기 고양이 있어요!”하며 웃는 아이들.
기린에게 손을 뻗었고, 강아지를 쓰다듬었으며,
바다 물결이 그려진 벽 앞에서
“여기 바다야?” 하고 물었다.
그 모습은 오래전의 우리를 다시 데려왔다.
누구에게나 이런 골목이 있었을 것이다.
한 켠에는 마당을 내어주던 할머니가 있었고,
누군가는 연탄재를 차며 놀았고,
누군가는 돌멩이를 모아 구슬치기를 했을 것이다.
다소 거칠고 불편했지만 그때는 모든 게 재미있고 새로웠다.
친구들과의 수다도, 담벼락에 그림 그리던 손놀림도.
어린 시절, 분필 하나만 있어도 하루가 짧았다.
바닥은 우리에게 도화지였고, 담벼락은 캔버스였다.
친구네 대문, 골목길 벽, 심지어 전봇대 아래까지
그림을 그렸다가 또 지우고,
다시 그리며 놀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 집 대문에는
절대 그리면 안 된다고
팔짱을 끼고 지켜섰던 기억이 있다.
“여긴 안 돼. 지저분해지잖아.”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그토록 지키려 했던 그 벽,
이제는 예쁜 벽화로 가득 채워져 있고
나는 그 앞에서 아이들과 사진을 찍는다.
아이들은 손가락으로 벽을 짚으며 웃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느 골목, 어느 계절,
어느 여름날의 나를 떠올린다.
골목에 벽화가 그려진 건 단지 아름답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 시절의 우리가 자라서,
이젠 아이들의 손을 잡고 골목을 다시 걷는다.
그리고 다시 벽화를 본다.
아무 말 없이 손가락으로 그림을 가리키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 앞에선 자연스레 걸음을 멈춘다.
누군가는 그랬다.
그림은 보는 사람의 기억을 데려온다고.
그 벽화 속 아이들을 보며
우리는 아주 멀리서,
아주 가까운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 골목길에서
나는 또다시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났다.
그리고 그 시절,
우리가 함께 웃었던 골목이
다시 살아나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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