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골목, 대장이 있던 날들

by 봄날의꽃잎



두맹이골목에는

골목길 중간중간 크고 작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이어져 있었다.

특히 막다른 골목에 사는 아이들은 유독 더 끈끈했다.

마치 한 가족처럼 서로를 챙기고,

매일 놀이도 함께했다.


우리 골목길에는 대장이 있었고, 그 친구를 중심으로 우리는 늘 움직였다.

골목마다 아이들이 많아 자연스레 우리끼리의 영역도 생겼고, 서로의 골목을 두고 자존심을 건 놀이 대결도 이어졌다.

우린 그 친구를 '대장'이라 불렀고, 자연스레 그 친구를 따라다녔다.

딱지치기, 고무줄놀이, 말타기, 술래잡기,구슬치기

그리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는 매일의 일과 였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대장 친구가 담벼락 앞에서 외치면, 우리는 숨죽인 채 달려가다 얼어붙었다.

누가 웃거나 움직이면 다시 처음부터.

그때는 그 짧은 순간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온몸이 굳었던 기억이 난다.

잡히지 않으려고 발끝만 살짝살짝 움직이던 그 긴장감, 골목 전체가 숨을 쉬듯 조용해졌던 순간들,

지금 생각하면 다정한 추억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달려가다 멈춰 서야 했는데,

나는 꼭 움직여버려서 매일 먼저 술래가 되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골목 대항전이라도 있는 날이면

대장이 슬쩍 다가와 "너 이번엔 움직이지 마!" 하고

진지하게 코치해주던 그 표정이,

아직도 선명히 떠오른다.


그 시절, 우리 골목은 ‘달리기 1등 골목’이었다.

대결을 해도, 골목 싸움이 있어도

우리가 이겼다.

그게 그렇게 든든하고 자랑스러웠다.

1980년대 골목길풍경

해가 저물어 마당에서 저녁 냄새가 퍼져오기 전까지

우리는 땀범벅이 되어 놀았다.

그리고 다음 날도, 다시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그 친구들과 함께 놀았다.

그게 하루의 전부였고, 가장 큰 행복이었다.

요즘은 골목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기가 어렵다.

학원들을 다니느랴 놀 시간도 없고

아이들 손에는 핸드폰이 쥐어져 있고,

약속이나 한 듯 거북목들을 하고 걸어다닌다


우리는 그 시절 골목에서,

놀이를 통해 친구를 사귀었고

세상을 배워나갔다.

웃고, 다투고, 다시 손잡으며

조금씩 자라났다.


그래서일까.

그 골목에서의 기억은

지금도 내 마음 한켠에서

가장 선명하게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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