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골목도, 마당도, 담벼락도 전부 우리 차지였다.
누가 정해준 것도 아닌데
어느새 골목 어귀는 우리의 운동장이 되었고,
마당 한쪽은 회의실,
돌담 위는 전망대였다.
세 명이 나란히 서 있던 사진 속 골목길,
지금은 차가 가득 들어차 있지만
그 시절엔 발소리가 전부였다.
누가 먼저 골목을 달려오는지
발소리만으로도 알아챌 만큼
우리는 그 길을 잘 알고 있었다.
그때는 늘 돌담 위에 앉아있었다.
앉아만 있어도 좋았다.
세상을 내려다보는 기분,
어른들은 위험하다며 소리쳤지만
우린 몰래, 또 올라갔다.
그 높이가
우리 마음속 세상을 얼마나 멀리까지 보여줬는지
어른들은 몰랐다.
그 시절 최고의 놀이는
단연 고무줄놀이였다.
“금강산 찾아가자~ 일만이천봉!”
세명이 서서 삼각형을 만들어 고무줄을 붙잡고
나머지 세 명이 동시에 뛰던 그 박자.
전봇대에 고무줄을 묶고
혼자라도 계속하던 친구,
그 집중력과 리듬은
어쩌면 지금까지도 우리 삶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 모른다.
할머니 집 마당도 빼놓을 수 없다.
앵두, 비파, 복숭아,
이름만 불러도 입 안에 단물이 맴도는 나무들.
등나무가 피어나면
보라빛 그늘 아래서 숨바꼭질도 하고
그늘진 벽에 기대어 쉬기도 했다.
사진 속의 나와 동생,
그림자와 햇살에 뒤섞여
마치 만화 속 장면 같았던 그 시간.
그땐, 놀이를 배우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아서 움직였다.
뛰고, 숨고, 웃고, 부르고
작은 실수도, 소란도
다 골목이 품어주었다.
지금 아이들은
그 시간을 모른다.
골목 대신 스마트폰,
마당 대신 유튜브.
세상이 너무 편해져서
놀이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그래도 나는,
이 사진들 속 시간처럼
‘누군가의 골목’에
다시 햇살이 내려앉길 바란다.
누군가는 다시
돌담 위에 올라
세상을 바라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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