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행복 <대서>가 주는 깨우침

더위를 피하지 않고, 함께 있는 법

by 봄날의꽃잎


대서(大暑)는 24절기 중 열두 번째 절기로,

한 해에서 가장 무덥고 햇볕이 뜨거운 때다.

삼복더위가 절정에 이르고,

낮에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고,

밤에는 좀처럼 열기가 식지 않는다.

한여름의 꼭대기에 올라선 시기,

그 끝자락에서 우리는 여름을 견디며

조금씩 가을을 향해 나아간다.

『제철 행복』에서 김신지 작가는 말한다.

여름이 이토록 더운 건

우리에게 쉬어갈 명분을 주기 위해서라고.

무리하지 않는 법, 휴식의 자세를 가르쳐주려는 계절이라고.

쉬면서도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쉬는 건 죄책감이 아니라 평온함임을 알려주려는 계절.

대서는 그렇게 우리를 붙잡아 세운다.


나는 여름이면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해 질 무렵, 동네 골목 안을 돌며

칙칙폭폭 하얀 연기를 내뿜던 소독차.

그 뒤를 친구들과 쫓아가며

누가 더 가까이 다가가나,

누가 더 오래 연기 속을 뛰어다니나 내기하던 시간.

숨이 차 헐떡이며 웃고,

연기에 휩싸여 서로 얼굴이 안 보이면

그게 마치 비밀스러운 모험 같았다.

집 앞에서 엄마가 “그만 들어오라”고 부를 때까지

우리는 골목의 여름을 뛰어다녔다.


작가는 말한다.

여름은 지나며 결국 우리에게 ‘견딤의 힘’을 주는 계절이라고, 더위에 지칠 때마다 여름 안에 있는 것들을 돌아보고, 겨울에는 그리워질 여름의 냄새, 소리, 감각들을 마음에 새긴다고


삼복팔사는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지혜로

소나무 숲에서 활쏘기, 계곡물에 발 담그기,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매미 소리 듣기,

달밤에 개울가에서 발 담그기 등등,

자연 속에서 더위를 버텨내며 즐기는 법을 말한다


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거나 가만히 함께 있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더위를 이겨낼까.


누군가는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여유를 보내고,

누군가는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하며 더위를 피한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가족 단위 피서지로 인기고,

영화관에서 시원한 어둠 속 영화를 보며

여름 오후를 건너는 사람들도 많다.

밤이면 동네 공원에 삼삼오오 돗자리를 펴고

저녁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강변이나 바닷가에서 자전거를 타고 걷는 이들도 많다.


그리고 나는,

땀을 더 흘리며 여름과 마주하기로 했다.

운동 루틴처럼 매일 스텝퍼 위에 올라

리듬을 타며 땀을 흠뻑 쏟고 나면,

온몸에 맺힌 땀방울이 내 여름을 살아냈다는 증거 같다.

그 후에 마시는 물 한 잔은,

그저 갈증을 푸는 걸 넘어

나를 건강하게 해주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더위는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가만히 함께 있고,

그 속에서 나만의 여름을 느끼는 일일지도 모른다.


이 여름, 당신은 무엇으로

하루의 더위를 이겨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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