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도 봄이 스며드는 순간

제철행복ㅡ김신지에세이 중

by 봄날의꽃잎


경칩은 ‘겨울잠 자던 벌레가 깨어난다’는 뜻이다.

땅속에서 긴 겨울을 버티던 작은 생명들이

서서히 몸을 움직이고,

따뜻한 햇살에 눈을 뜨기 시작하는 시기.


『제철 행복』에서 김신지 작가는

이 경칩을 단순히 “아, 봄이구나” 하고 지나치는 절기로 보지 않는다.

그녀는 말한다.

경칩은 계절만을 위한 신호가 아니라,

“내 마음에게도 작은 신호를 보내는 날”이라고.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마음,

자기도 모르게 굳어 있었던 마음이

햇살 한 줄기에, 바람 한 자락에,

살며시 녹아내리기 시작하는 시기라고.


작가는 다산 정약용을 예로 든다.

다산은 새벽 연못에 조각배를 띄우며

연꽃 피는 소리를 들으려 하고,

국화 앞에서 촛불을 켜 꽃 그림자가 벽에 비치는 모습을

수묵화처럼 즐기던 사람.

계절의 미묘한 떨림을 느낄 줄 알고,

그 안에서 삶의 여백과 풍류를 발견할 줄 알았던 사람.

다산에게 풍류란

삶의 여백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일,

마음을 열어 작은 변화를 음미하는 일이었다.


작가는 다산의 마음에서 배운다.

계절의 작은 깨어남을

나의 마음에도 들이는 법을.

이 글을 읽다 문득 나도 묻게 된다.

내 마음 안에도

조금 움츠렸던 마음이,

조금 얼어붙었던 마음이

살며시 풀리고 있는 건 아닐까.


목요일 저녁마다 합창 연습을 할때면

나는 또 다른 나를 만난다.

하루 종일 엄마로, 아내로, 원장으로 불리던 내가

그 시간만큼은 내 이름 석 자로 서서

목소리를 맞추고, 사람들과 숨을 맞춘다.

조금 떨리는 음, 약간 엇나간 박자,

그 속에서 함께 웃고,

다시 맞춰가며 하나의 화음을 만든다.

그 순간, 내 마음에도 봄이 스며드는 것 같다.


삶속에서의 추위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오기도 하고,

가족에게서 오기도 하고,

때로는 나의 일상에서 불쑥 다가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겨울을 지나왔기에

내 안에서 봄을 맞이하는 순간은 더욱 귀하고 따뜻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바란다.

늘 봄을 맞이하는 순간 같은 하루가 되기를.


내 마음에도,

당신의 마음에도,

지금 마음속 작은 계절의 떨림이

살며시 느껴지길 바란다.

혹시 당신은,

지금 어디에서 봄을 만나고 계신가요?


이전 02화밥을 짓는 마음, 복을 짓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