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진다는 것, 빠져나온다는 것

급류 -정대건 장편소설 <2부> 중

by 봄날의꽃잎

“사랑은 급류와 같은 위험한 이름이었다.

휩쓸려버리는 것,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

발가벗은 시체로 떠오르는 것, 다슬기며 온몸을 뒤덮는 것.”


『급류』를 읽고 마음이 오래 울렸다.

책 속 인물 도담에게 사랑은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빠져나와야 하는 일이었다.

물에 빠지고, 높이에 빠지고, 함정에 빠지고,

절망에 빠지고 ...

결국 언젠가는 그 안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걸 안다는 것.

생각해본다.

나는 지금까지 무엇에 빠졌었고,

무엇에서 빠져나와 본 적이 있었을까.


한때는 사람에 빠지고, 일에 빠지고,

나를 잃어가면서까지 붙잡으려 애쓰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빠져든다는 건 무너지는 게 아니라,

언젠가는 빠져나올 힘을 내 안에 길러가는 과정이라는 걸.


혹시 나도 도담처럼

내 안의 불행을 다이아몬드라도 되는 양

소중히 움켜쥐고 있었던 건 아닐까.

상처와 아픔을 내려놓으면 내 일부를 잃는 것 같아서,

어느 순간에는 그것이 나를 설명해주는 전부였던 것처럼

붙들고 있었던 건 아닐까.


도담은 상처 주고받는 소통보다 차라리 침묵을 택했고,

심각하지 않고 가벼운 만남들만 이어가며

스스로를 지켰다.

나도 지금은 그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았다.

지금 나도 관계속에서 느껴왔던 모든것들을 덮고

입은 닫고 귀는 열려고 한다.


하지만

그 불행조차, 그 상처조차

언젠가는 빠져나와야 한다는 걸.

나는 안다.


그리고 나는 생각해본다.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을까.

마음이 멀어진 친구를 애써 붙잡으려다 더 멀어졌던 일,

열심히 해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아 지쳐버린 일,

가족 안에서 서로의 기대와 실망 사이에서 길을 잃었던 날들.

그 모든 자리에서 우리는

조용히 한 걸음 물러나 숨을 고르고,

결국엔 스스로를 다시 꺼내왔다.


오늘 나는 그 문장을 마음에 새긴다.

너는 괜찮아,

이 물살도 언젠가는 지나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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