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견디는 법, 다시 살아가는 연습

급류ㅡ정대건 <3부>중

by 봄날의꽃잎


정대건 작가의 소설 『급류』는

삶에 깊이 빠진 채, 다시 빠져나오기를 연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특별한 능력도, 거창한 전환도 없다.

다만 상처받기 싫어 애써 마음을 닫은 도담,

그를 둘러싼 인물들이 조용히 서로를 붙잡는 장면들 속에서 작가는 말없이 우리 삶을 비추어준다.

우리도 그렇게 상처받았고,

조심스럽게 다시 살아가고 있다고.


“도담아, 슬픔과 너무 가까이 지내면 슬픔에도 중독될 수 있어.

슬픔이 행복보다 익숙해지고 행복이 낯설어질 수 있어.

우리 그러지 말자. 미리 두려워하지 말고 모든 걸 다 겪자.”

– 정대건, 『급류』


어떤 감정은 오래 곁에 머물면 마음을 침전시킨다.

슬픔이 그렇다.

그건 처음엔 서성이다가

이내 마음 깊은 곳에 눌러앉아

내 생각, 말투, 표정까지도 바꿔버린다.


기쁘고 반가운 일에도

망설이게되고,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좋은 일이 생겨도 “곧 사라질 거야.”

누가 다가와도 “이 관계는 오래가지 않겠지.”

익숙해진 슬픔은, 그렇게 마음의 벽을 높인다.


책 속에서 도담은 “행복이 두렵다”고 말한다.

슬픔에 너무 익숙해지면

행복조차 낯설고 불안하게 느껴진다고.


나도 그런 마음을 안다.

상처받기 싫어서,

실망하기 싫어서

차라리 아무 기대도 하지 않고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으려 애쓴 날들이 있었다.


그런 나에게 이 문장은 큰 울림이었다.

“슬픔이 행복보다 익숙해지고, 행복이 낯설어질 수 있어.”

그 말은,

한때 슬픔이 나를 감싸는 이불 같았지만

그 속에 너무 오래 머무르면

햇살조차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맞다. 삶은 슬픔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울컥하는 날도 있지만,

사소한 말 한마디에 웃게 되는 순간도 있다.

눈물이 흐르던 밤에도

한 송이 꽃을 보고 숨을 고르게 되는 순간은 있었다.


이젠 생각한다.

슬픔은 때로 우리를 단단하게 해주지만

그곳에만 오래 머물러선 안 된다는 것을.

불쑥 찾아온 행복을 두려워 말고,

지나갈 두려움도 온몸으로 겪어내며

조금씩 살아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는 슬픔을 껴안으며

그 속에 나를 완전히 묻지 않으려 한다.

조금은 두렵더라도,

조금은 흔들리더라도

용기 내어 다시 걸어가려 한다.


모든 감정을 살아내야

삶의 결이 깊어진다는 걸

이제는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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