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다면

급류ㅡ정대건 <4부> 중

by 봄날의꽃잎

한 줄기 급류처럼, 삶은 예고 없이 방향을 바꾼다. 정대건의 소설 『급류』는 그런 인생속에서 우리 안의 고요한 두려움, 말하지 못한 사랑, 끝내 닿지 못한 안타까움까지 이야기한다.

젊고 혼란스러운 마음들이 어지러운 감정에 휩쓸려 가는 모습을 그리면서도, 그 안에 여전히 피어나는 희망의 언어들을 담아낸다.


누군가 죽기 전에 떠오르는 사람을 향해 느끼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랑이란 말을 발명한 것 같다고.

그 사람에게 한 단어로 할 수 있는 말을 위해 '사랑한다'는 말을 만든 것 같다고.

– 정대건, 『급류』 중에서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잠시 책장을 덮고 생각에 잠겼다.

‘내가 죽기 전에 떠오를 사람은 누구일까.’

가족? 남편? 아니면 고마웠던 친구들?


죽음이라는 건 내게 언제나 두려움이었다.

생각이 멈추고, 내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일.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그 순간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다면

그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일까.


문득 초등학교 6학년 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던 일이 떠올랐다.

나를 참 예뻐해주시던 분.

지금도 그 시절, 나란히 걷던 골목과 손을 꼭 잡고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도 내 안에 살아 있고,

할아버지는 그 기억 속에서 여전히 나와 함께 계신다.


어쩌면 우리가 남긴 ‘기억’이란 건

떠난 뒤에도 누군가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조용하고도 강한 ‘사랑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급류』는 그렇게 말한다.

삶은 언제나 흘러가고, 그 끝자락에 우리는

비로소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고.

“사랑한다는 말은 과거형이 아닌,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어야 하는 현재형이다.”

– 『급류』 중


이 말을 가만히 되새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 누군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건 어쩌면 삶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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