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ㅡ정대건 <4부> 중
“해솔과 도담은 이 세상에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마지막 날까지 외롭지 않도록 서로의 행복을 빌어 줄 사이였다.”
– 정대건, 『급류』 중에서
길을 걷다 문득 마주친 노부부.
서로의 손을 꼭 잡고, 말없이 나란히 걷고 있었다.
그저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졌다.
오래 함께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온기.
함께 걸어온 시간의 무게가 그 손에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았다.
문득 부모님 생각이 났다.
사이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늘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조용히 따르기만 하던 어머니.
나는 그 모습이 싫었다.
왜 더 다정할 수 없을까, 왜 더 웃을 수 없을까.
그런 생각을 자주 했다.
지금은 안다.
그 시대엔 그것도 사랑의 방식이었다는 걸.
그래도 난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남편과는 늘 잘 지내고 싶었다.
남편은 "지는 게 이기는 거"라 말하며, 작은 다툼도 크게 만들지 않는다.
그 덕에 우리는 큰 싸움 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생활의 무게가 커질수록
때로는 마음끼리도 부딪힌다.
주로 내가 예민해져서 생긴 문제지만,
그 감정도 길게 가지 않는다.
그저, 난 남편이 좋다.
내 말을 들어주고,
내 마음을 이해해주고,
내가 나답게 살아가도록 응원해주는 사람.
얼마 전, 농담처럼 남편에게 말했다.
“나보다 하루만 더 오래 살아줘.”
남편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어서.
내게 늘 따뜻한 등을 내주고,
말보다 행동으로 나를 믿어주는 그 사람.
내가 누구보다도 오래도록 그의 곁에 머물고 싶은 이유다.
그렇기에 나는 바라게 된다.
이 사람과 이 세상에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마지막 날까지,
외롭지 않도록
서로의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사이로 남기를.
말 없이 손을 잡고 걸었던 그 노부부처럼.
때로는 아무 말 없이도 마음이 닿는 사이로,
서로를 지켜주며 오래도록.
『급류』의 문장을 읽으며 마음이 찡했다.
“존재하다가 사라지는 마지막 날까지
외롭지 않도록 서로의 행복을 빌어 줄 사이.”
이 문장은 단순한 문장이 아니었다.
내가 바라는 부부의 모습,
내가 지금 곁에 두고 있는 그 사람과의 약속 같았다.
함께 손을 잡고 걷는 그 순간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따뜻한 기억으로 남기를.
우리도 그런 사이였다고, 조용히 웃으며 말할 수 있기를.
살아가는 동안 서로를 향해
행복을 빌어줄 수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기적이다.
그리고 나는 『급류』를 덮으며 조용히 다짐했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이 사람과의 시간이,
언제나 사랑의 '현재형'으로 남기를.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언제나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