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이 두려웠다. 내가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나이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나를 주저앉혔다. 하지만 필사를 시작하면서 내 생각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일 쓰는 것이 쉽지 않았다.
습관이 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하루, 이틀, 그리고 한 달. 그렇게 필사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아침에 필사를 하지 않으면 허전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매일 아침 출근 전에 필사를 한다.
조용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글을 따라 적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하루를 단단하게 시작할 수 있었다. 필사를 마치고 출근을 하면 마음에 고요가 찾아왔고, 하루를 더 잘 살아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내가 처음 필사를 시작한 글은
조병화 시인의 "늙는다는 것은" 이었다. 그 시를 따라 적으며 나는 늙어간다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점점 혼자가 되어가는 것이 늙는다는 것이라는 사실을 시를 통해 다시금 깨달았다. 나이 듦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웃을 수도, 울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때부터 필사는 나에게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변화시키는 과정이 되었다.
그렇게 필사를 시작한 지 1년이 되었을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필사를 하며 2년, 3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결국 책을 내게 되었다.
『오십에 읽는 오늘의 감정』.
필사를 하면서 어린 시절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잊고 있던 감정들을 하나씩 떠올리며 글로 기록할 수 있었다.
박완서 작가도 마흔이 되어서야 등단을 했고, 필사를 중요하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나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의 필사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필사는 내게 단순한 글쓰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며, 내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과정이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가장 빠른 때라는 말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새로운 도전을 꿈꾸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가 필사를 통해 나처럼 작은 변화를 경험하길 바란다. 그리고 언젠가, 그 변화가 쌓여 예상치 못한 선물을 안겨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