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나 [ 말그릇]
《말그릇》은 ‘무엇을 말할까’보다 ‘어떻게 말할까’를 더 깊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서툰 말이 관계를 멀어지게 할 수 있지만, 진심이 담긴 말은 마음을 가깝게 만든다.
이 책은 말투를 바꾸는 기술서가 아니라,
마음을 다루고 관계를 지키는 법을 담은 따뜻한 안내서다.
이번 주, 나는 이 책을 필사하며 ‘말’이라는 도구 속에 담긴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한다.
그저 예쁜 말, 좋은 말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의 온도가 전해지는 말, 듣는 이가 상처받지 않는 말을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깊이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만난다.
아침에 등원할 때부터 하원할 때까지,
한마디 말에도 신경을 쓴다.
목소리의 높낮이, 속도, 표정까지 맞춘다.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부모가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도록,
늘 ‘완벽한 교사상’에 나를 맞춘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그 다정함이 무너진다.
어린이집 아이들에게는 몇 번이고 부드럽게 말하는 내가
정작 내 아이들에게는 한 번에 끝내려 한다.
“빨리 씻어.”
“공부 좀 해.”
“아직 안 했어?”
내 목소리는 하루 종일 쌓인 피곤함과 숨김없는 편안함이 섞여
때로는 신경질처럼 들린다.
얼마 전, 큰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옥탑방에 있는 아이들을 부를 때 목소리를 크게 낸다.
그저 멀리 있는 아이들이 잘 들으라고 목소리를 높일 뿐인데,
아들들은 깜짝깜짝 놀란다고 한다.
나는 화를 낸 적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아들들은 내가 소리치듯 말한다고 느낀다.
그 순간, 서로의 마음이 엇갈려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하루 중 가장 편하고 안전해야 하는 집이,
때로는 긴장되는 공간이 되었을 수도 있다.
나는 그저 효율적으로 전하려고 했을 뿐인데,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엄마의 목소리’가 아닌 ‘엄마의 화’로 남는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나 역시 어린 시절, 부모님의 목소리 크기와 표정만으로
기분을 짐작하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때 느꼈던 서운함이 아직도 마음 한쪽에 남아 있다.
김윤나 작가의 『말그릇』에는
“사람들은 저마다 말을 담는 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 크기에 따라서 말의 수준과 관계의 깊이가 달라진다”는 구절이 있다.
나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대할 때는
정성껏 고른 예쁜 그릇을 꺼내지만,
집에서는 급하게 꺼낸 작은 그릇에 말을 툭 던져 담을 때가 많다.
그릇이 작으면 말이 부딪혀 흘러넘치고, 그 넘침이 상처가 된다.
말의 그릇을 키운다는 건 단순히 목소리 크기를 줄이는 게 아니다.
마음을 먼저 담아내고, 그 마음이 소리보다 먼저 전달되게 하는 일이다.
집이라는 공간이 아이들에게 가장 편안한 쉼터가 되려면
내 말이 무겁지 않게, 그러나 가볍게 흩어지지도 않게
적당한 온도와 무게로 전해져야 한다.
나는 오늘도 연습한다.
“빨리 와!” 대신 “이제 내려올래?”
“왜 아직도 안 했어?” 대신 “혹시 도움이 필요해?”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아이들이 들었을 때 기분이 상하지 않는 말,
내 마음이 온전히 담긴 말을 고른다.
아이들은 언젠가 집을 떠나 저마다의 삶을 살 것이다.
그때 그들이 기억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날카로운 명령이 아니라 따뜻한 안부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