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나, [말그릇]
나이가 들면서 점점 속하게 되는 단체가 생기고
그러다보니 다양함과 만나게 된다.
같은 단체에 속해 있어도, 그 안의 사람들은 모두 다르다. 성격이 다른 건 물론이고, 살아온 환경, 경험, 가치관까지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빠른 결정을 선호하고,
어떤 사람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민하길 원한다.
누군가는 명확한 규칙과 절차를 중시하고,
누군가는 유연한 대처를 좋아한다.
이렇듯 각자의 ‘공식’이 다르다 보니, 의견을 하나로 모으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회의를 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때도 있고, 작은 일에도 시각 차이가 드러난다. 그 과정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 모이고, 서로 다른 쪽에서는 그 무리를 멀게 느끼며 이질감이 피어오른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방식과 다른 의견을 마주하면 마음속에서 ‘왜 저렇게 생각할까?’라는 의문이 먼저 올라온다.
때로는 그 차이를 인정하기보다 설득하거나 고치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결국 대화를 단절시키고, 서로의 마음을 닫게 만든다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다.
『말그릇』에서 이런 문장을 만났다.
“성숙한 대화를 하고 싶다면 사람마다 가진 공식의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차이를 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과제로 바라볼 때, 당신의 말 그릇은 흔들리지 않는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아, 내가 그동안 차이를 문제로만 여겨왔구나’ 하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존재가 아니라, 내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보여주는 거울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단체 안에서 누군가와 의견이 부딪힐 때, 예전의 나는 ‘이 사람과는 맞지 않다’는 결론부터 내렸다.
그렇게 거리를 두다 보면, 관계는 금세 서늘해지고 대화는 사라진다.
하지만 이제는 그 다름을 ‘과제’로 바라보려 한다.
‘이 차이를 어떻게 조율할 수 있을까?’,
‘서로의 입장에서 보면 어떤 그림이 보일까?’를 스스로에게 묻는다.
차이를 품으려는 마음을 가지면 대화의 온도가 달라진다.
상대의 말투나 표현에 덜 예민해지고,
내 말도 부드럽게 건넬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나의 말그릇이 조금씩 넓어질 때,
단체 안에서의 이질감도 서서히 줄어든다.
결국 말그릇을 키운다는 건 단순히 말을 잘하는 기술을 배우는 일이 아니다. 그건 마음의 공간을 넓히는 일이며, 나와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이다. 그 안에서 차이는 갈등의 씨앗이 아니라 성장의 영양분이 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말그릇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 크기와 깊이는 하루아침에 커지지 않지만,
차이를 품는 대화를 반복하다 보면
그릇 안에 더 많은 이해와 온기를 담을 수 있게 된다.
나 역시 오늘부터 다시 연습하려 한다.
다른 의견 앞에서 마음을 닫기보다, 그 차이를 과제로 품고 한 걸음 더 다가가는 대화를.
그렇게 내 말그릇이 조금씩 넓어져, 함께 있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편안하게 감쌀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