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김윤나 [말그릇]

by 봄날의꽃잎

요즘 느끼는 게 있다.

나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면 서두를 때가 많다.

상대가 말을 천천히 하면 중간에 “그거 이렇게 하면 되잖아” 하고 끼어들거나

행동이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이건 이렇게 해야지” 하고 이야기가 나온다

마음속에는 잘되길 바라는 진심이 있지만,

그 마음이 전해지기도 전에 상대방은 마음에 상처를 받는다. 나 역시 후회하지만 기다리지못하고 말이 나와버린다


책 말그릇에는 ‘조개의 입을 더 꼭 닫게 만드는 행동’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옳다는 확신이 강해질수록,

상대는 마음을 열기보다 단단히 닫는다는 것이다

좋은 의도가 오히려 관계를 멀어지게 만드는 역설이 일어난다.

이걸 보면서도 귀는 열고 입은 닫으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그래서 요즘은 꽃을 떠올린다.

봉오리가 제때 피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물을 주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두는 것뿐이다.

꽃잎을 언제 열지는 꽃의 몫이고 마음이다.

그 속도를 억지로 재촉할 수 없다.

관계도 마찬가지다.


가족과의 대화에서도 그렇다.

아이에게 조언을 해주고 싶어 말을 꺼냈다가

정작 아이는 준비가 되지 않아 듣지 못할 때가 있다.

오히려 오해가 생겨 다툼으로 번져나가기도 한다

친구가 힘든 일을 겪을 때도 그렇다.

힘든마음을 이야기하는데 들으면서 내 생각을

뱉어버리고 만다.

급한마음에 빨리 위로하고 해결책을 주고 싶어 나와버린 행동에 친구와의 거리가 멀어져버린다

사실 그 순간 필요한 건 내 말이 아니라

그저 옆에 있어 주는 마음인것이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료의 실수가 눈에 띌 때 당장 지적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지만,

상대가 스스로 정리할 시간을 주면

오히려 더 현명하게 문제를 풀어내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사람도 각자 열리는 순간이 있다.

그때까지 내가 할 일은

햇볕을 억지로 쬐게 하거나

비를 전부 막아주는 것이 아니라,

그저 곁에서 기다려 주는 것이다.

말그릇이 큰 사람은

상대를 재촉하지 않는다.

침묵 속에서도 마음의 온기를 잃지 않는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대화 속에서 서두르지 않고,

기다릴 줄 알고,

마음을 다해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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