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말, 오래 남는 마음

김윤나,[말그릇]

by 봄날의꽃잎


우리가 하는 말은 단순히 입에서 나와 사라지는 소리가 아니였다. 말은 우리의 마음과 품격, 배려의 크기를

담는 그릇이 된다. 김윤나 작가의 《말그릇》은 말이 관계를 짓는 도구이자, 누군가의 마음속에 평생 남는 유산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좋은 말을 하기 위해선 먼저 내 마음을 채워야 하는데

상처와 피로가 가득한 마음에서는 따뜻한 말이 잘 자라지 않는다. 나의 말그릇에 무엇을 담을지 고민하는 순간, 우리는 관계를 대하는 태도까지 달라진다.


이번주에 읽은 말그릇은 나에게 많은 생각을 준다.


“아이가 세상에서 넘어질 때마다

엄마의 말을 꺼내어 본다고 생각하면

말로 아이를 매질할 수 없다.

남편에게도, 친구에게도, 누구에게도 그렇다.”

— 《말그릇》 에필로그 中


이 문장을 읽는 순간, 나는 오래 잊고 있던 장면들을 떠올렸다. 나도 누군가의 말을 꺼내어 보며 살아왔고,

또 누군가는 내가 던진 말을 꺼내어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말이 다정하면 오랫동안 위로가 되고,

거칠면 오래도록 상처가 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순간 욱하는 마음에 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왜 그렇게밖에 못하니?”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어?”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이 말이 훗날 아이가 힘들 때 꺼내보는 ‘엄마의 말’이라면, 그 말이 아이를 붙들어 줄 수 있을까?


이건 부모와 자녀 사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남편에게 던진 짧은 한마디가,

친구에게 무심코 건넨 농담이,

동료와 주고받은 가벼운 대답이

상대방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되새김질될 수 있다.


나도 기억한다.

어릴 적 담임선생님이 “넌 참 끈기가 있다”라고 해주셨을 때,

그 말은 어려운 일을 버틸 때마다 나를 지탱해 주었다.

반대로, 친구에게 들었던 “넌 너무 예민해”라는 말은

한동안 나를 작아지게 만들었다.

말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무게는 마음 깊이 내려앉는다.

그래서 요즘 나는 말하기 전에 잠시 멈춘다.

내가 지금 하려는 이 말이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오래 살아남는다면,

그 말이 등 두드려 주는 말이길 바라며,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골라본다.


혹시 오늘 내가 건넨 한 문장이

누군가의 내일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하루는 충분히 의미 있다.

오늘도 웃어보자,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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