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를 씻고, 내일을 준비한다

by 봄날의꽃잎

오늘의 문장

“비는 어제를 씻고, 오늘을 적시며, 내일을 준비시킨다.”


새벽부터 아침까지 세차게 비가 내렸다.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아, 비 오네…’

그 말이 입가에 맴돌며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자다가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날이 있다.

비가 내리는 날이 바로 그렇다.


나는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그냥 내리는 비가 좋고, 그 소리가 좋다.

사람들은 비가 오면 칙칙하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 소리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세상이 잠시 쉬어가는 것 같고,

그 틈에 나도 조용히 숨을 고를 수 있으니까.


고등학교 시절,

공부하며 매일 듣던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었다.

[별이 빛나는 밤에]

익숙한 DJ의 목소리,

늘 비슷하게 흘러나오던 음악,

사람들의 사연이 잔잔히 이어지던 밤이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라디오를 켜두고 문제를 풀고 있었다.

그런데 그날은 달랐다.

창밖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고,

빗소리와 음악이 섞이자

라디오가 다르게 들렸다.

매일 듣던 소리였는데,

그날따라 이상하리만큼 따뜻하게 스며들었다.

아마 그때 처음, ‘비가 오는 날의 감성’을 느꼈던 것 같다.

그날 이후로 나는 비를 사랑하게 되었다.


이젠 비가 오면 커피를 내린다.

따뜻한 잔을 들고 창가에 앉아 빗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 속에는 오래된 기억도,

오늘의 나도,

아직 오지 않은 내일도 함께 있다.

빗방울이 떨어질 때마다

지나간 일들이 조금은 가벼워지고,

묵은 생각들이 서서히 씻겨 내려간다.


비는 어제를 씻고, 오늘을 적시며, 내일을 준비시킨다.

어제의 마음에 남았던 후회가 있다면,

그건 빗물에 함께 흘려보내면 된다.

오늘은 비에 젖듯 천천히 살아가고,

해야 할 일에 쫓기지 않고,

그저 창밖을 바라보며 나를 적셔본다.

비가 적시는 건 단지 땅이 아니라,

내 안의 굳은 마음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비가 그치면 세상은 더 맑아진다.

젖은 나뭇잎이 다시 반짝이고,

하늘은 한층 투명해진다.


후회와 슬픔이 한 차례 지나간 자리

새로운 다짐과 평온이 남는다.

비가 씻고, 적시고, 준비하는 그 순서를

나의 하루에도 닮아가고 싶다.

어제를 털어내고, 오늘을 느끼며,

내일을 믿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일.


그래서 나는 비가 좋다.

젖은 세상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내일을 품고 있으니까.


오늘의 다짐

나는 오늘, 비처럼 살아간다.

어제를 씻고, 오늘을 적시며,

내일을 준비시킨다.

그 과정 속에서 나도 조금씩 맑아진다.

이전 08화마음의 온도를 맞추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