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의 계절

by 봄날의꽃잎


오늘의 문장

“가을은 비움의 계절이라지만, 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채우고 싶다.”


가을이 오면 마음이 자꾸 출출해진다.

하늘은 높고 맑은데, 내 안은 이상하게 허전하다.

바람이 선선해질수록 입맛은 더 분주해지고,

비워야 한다는 계절에 나는 자꾸 무언가를 채운다.


요즘은 식욕이 최고조다.

아침을 먹고 나서도 점심 메뉴를 고민하고,

저녁을 먹으면서 “후식은 뭐 먹을까”를 생각한다.

따끈한 라떼 한 잔이 하루의 위로처럼 느껴지고,

거리의 붕어빵 냄새에 발걸음이 자꾸 멈춘다.

“오늘 하루쯤은 괜찮겠지.”

그 말이 얼마나 달콤한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하루하루 ‘괜찮겠지’를 쌓다 보니

어느 날 거울 앞에서 현실이 다가온다.

작년에 잘 맞던 바지가 허리에서 멈추고,

단추를 억지로 끼우다 한숨이 새어나온다.

‘이게 다 가을 탓이야.’

괜히 그렇게 중얼거리며 거울 앞을 떠난다.


가을은 비움의 계절이라지만,

나는 여전히 채우며 산다.

입으로는, 마음으로는, 때로는 후회로도.

비워야 가벼워진다는 걸 알지만

가을의 맛은 늘 유혹처럼 달콤하다.

고소한 밤, 달달한 고구마, 따뜻한 국물 한 모금에

다이어트는 늘 내일로 미뤄진다.

마음은 먹지만, 다이어트는 언제나 내일부터다.


그래도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가끔은 채우는 일도 괜찮다고.

음식으로 위로받고, 대화로 마음을 채우고,

짧은 문장 하나로 하루를 채우는 일

그게 이 계절을 살아가는 나만의 방식이니까.



오늘의 다짐


비워야 할 때도 있고, 채워야 할 때도 있다.

오늘은 나를 너무 다그치지 말자.

가을의 유혹 앞에서 잠시 흔들려도 괜찮다.

따뜻한 한 끼와 한 모금의 커피처럼,

오늘 하루도 마음을 부드럽게 채워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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