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관계와 감정을 함께 건너왔다

연말결산

by 봄날의꽃잎


2025년을 돌아보며

나는 누가 내 곁에 남았는지를 세는 대신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떤 감정을 안고 있었는지를 정리해보기로 했다.


사람을 정리하는 일보다

그 관계 안에서

내 마음이 어떤 상태였는지를 돌아보는 일이

지금의 나에게는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올해의 관계들에는

서운함이 많이 섞여 있었다.

이또한 나이듦과 비례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대했던 말이 돌아오지 않았을 때,

분명 애쓴 건 나였는데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지나가야 했을 때,

나는 그 감정을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서운하다고 말하면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괜히 예민한 사람이 될까 봐

그 마음을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괜찮은 척 웃으며 넘긴 순간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불안도 관계 속에서 자꾸 고개를 들었다.

이렇게 거리를 두는 게 맞는지,

내가 너무 쉽게 마음을 접는 건 아닌건지,

혹시 내가 먼저 놓아버리는 건 아닌지.

확인할 수 조차 없는 마음들 앞에서

나는 묻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관계를 붙잡기 위해

내 마음을 설명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든 관계가 버거웠던 것은 아니었다.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편안했고,

굳이 나의 상황을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관계도 있었다.

그런 관계 앞에서는

괜히 잘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었고,

나를 조금 내려놓아도 불안하지 않았다.


올해를 지나며 나는 그런 관계가

얼마나 드문지, 얼마나 귀한지 알게 되었다.

관계 속에서 나는 종종 참는 쪽을 선택했다.

굳이 따지지 않았고,

화가 나도 말로 만들지 않았고,

먼저 이해하는 사람이 되기를 택했다.

그 선택이 늘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때의 나는 관계를 지키기 위해

그 방법밖에 떠올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그 선택들까지도

함부로 평가하지 않으려 한다.

그 또한 그 시절의 내가 버텨낸 방식이었으니까.


2025년을 지나며

나에게는 관계에 대한 기준 하나가 생겼다.


애쓰지 않아도 숨 쉴 수 있는 관계,

말하지 않아도 존중받는 느낌이 드는 거리,

침묵이 어색하지 않은 사이,

많은 사람들을 곁에 두는 것보다

이 기준을 지키는 것이

나에게는 더 중요해졌다.


올해의 관계결산은 사람의 수로 보면

어쩌면 줄어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관계 속에서 내 감정을

무시하지 않으려 애썼다는 점에서

나는 스스로에게는 조금 관대해지고 싶다.

서운함을 느낄 줄 알았고,

불안을 외면하지 않았고,

그래도 관계를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그걸로 2025년의 관계와 감정 결산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는

모든 감정을 참아내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

서운하면 서운하다고,

조심스러우면 조심스럽다고

조금은 솔직해져도 괜찮기를.


"잘 살아왔다.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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