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연탄을 배달하는 장면을 보았다.
요즘 연탄을 사용하는 곳이 있네 ?싶었다
검은 연탄이 차곡차곡 쌓이는 모습이
괜히 오래 눈에 남았다.
요즘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인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아주 오래된 우리 집 겨울이 떠올랐다.
내가 어렸을 때,
겨울은 그냥 오는 계절이 아니었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마음부터 서늘해지는 계절이었다.
겨울이 다가오면
연탄창고를 먼저 채웠다.
말수레에 연탄을 싣고
골목을 오가던 소리,
연탄이 바닥에 내려앉을 때 나는
둔탁한 울림.
연탄가루가 날리면
손이며 옷자락이 금세 검게 변했지만
그날만큼은
누구도 그걸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연탄이 하나둘 쌓일수록
겨울 걱정이 조금씩 줄어드는 기분이었으니까.
연탄창고가 가득 차면
어른들은 꼭 같은 말을 했다.
“이제 겨울 나겠다.”
그 말은
난방이 해결됐다는 뜻이면서,
그 겨울을 무사히 건너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작은 안심이기도 했다.
연탄창고는 늘 어둑했다.
낮에도 빛이 잘 들지 않았고
바닥에는 늘 가루가 깔려 있었다.
그래도 그 안에
연탄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으면
이상하게 든든했다.
그게 곧
우리 집의 혹한기 대비였다.
잠자리에 들기 전,
어머니는 늘 한 번 더 부엌을 다녀왔다.
연탄불을 살피고,
아무 말 없이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은
지금 생각해보면
하루의 끝을 정리하는 사람이 아니라
가족의 밤을 준비하는 사람이었다.
가끔은
내가 연탄불을 갈기도 했다.
연탄집게는 생각보다 무거웠고
연탄 하나를 옮기는 일도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괜히 어른 흉내를 내며 나섰지만
연탄을 제대로 놓고 나면
손바닥이 뜨끈해졌고,
그 온기가
괜히 오래 남았다.
그때는 몰랐다.
연탄을 들여놓고,
불을 갈고,
밤마다 한 번 더 살피는 일이
그저 생활의 일부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건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싶다는 마음.
가족이 춥지 않게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
그 시절의 혹한기 대비는
대단하지 않았다.
연탄을 미리 들여놓는 일,
불이 꺼지지 않게 살피는 일,
누군가는 밤에 잠을 조금 덜 자는 일.
그 소소한 일들이 모여
우리 집의 겨울을 데우고 있었다.
연탄 배달을 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리가 준비했던 건
연탄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마음이었구나.
요즘의 혹한기 대비는
점검표와 수치로 정리되지만,
그 시절의 대비는
말없이 쌓아 올린 시간과 손길이었다.
이번 겨울,
나도 그런 대비를
해보고 싶다.
눈에 띄지는 않지만
분명히 따뜻해지는 것들.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춥게 만드는 마음을
그때처럼
조용히 하나씩 쌓아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