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가장 따뜻한 온기는 바로 너야.
너에게 손을 내밀었던 그 겨울…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무모하고 대책 없는 선택이라고 했었다. 하지만 널 선택한 그 순간 나는 이상하게 두렵지 않았다. 그저 너와 함께 할 따뜻한 봄을 그렸다.
2025년 12월 겨울에서 2026년 1월 겨울로 넘어가던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너는 그동안 우리가 함께한 20여 년의 시간보다 더 많이 울었다. 처음엔 절망과 슬픔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더해가면서 너의 그 눈물은 위로와 감격의 눈물로 바뀌어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이 무너지지 않았다는 안도의 눈물과, 아직 우리의 마음이 변치 않고 함께라는 사실에 대한 고마움의 눈물이었다.
스물다섯의 너에게 “결혼하자”라고 말하던 그날이 떠오른다. 지금 생각해도 다소 황당한 고백이었다. 준비된 것도, 확실한 것도 없었다. 그런데 너는 망설임 없이 “그래”라고 말했다. 너는 늘 그랬다. 왜냐고 묻고, 이유를 찾고,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나와 달리 너는 설명이나 조건보다 내가 늘 먼저였다.
이 겨울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다. 우리가 함께 그렸던 그림은 희미하다 못해 깨끗이 지워져 버렸다. 직장은 없어졌고, 집도 사라졌고, 아이들의 학교 역시 뭐 하나 우리의 계획대로 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우리는 대책 없고, 무모하고, 어쩌면 안타까운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괜찮았다. 아니,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하고 있었다. 정말 괜찮다고 믿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나는 괜찮지 않으니깐, 제발 좀 그만 괜찮다고 해.”
네가 그렇게 말했을 때도 나는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네가 아이처럼 주저앉아 울기 전까지는 담담했다. 가장이라는 이름으로 네가 혼자서 감당하고 있던 무게를, 안다고 말하면서도 사실은 몰랐던 것이다. 잠깐의 쉼도 너에게는 휴식이 아니라 불안이라는 것도, 멈춰 있음이 너에게는 혹독하게 추운 시간이라는 것도 그제야 알았다.
그래도 우리는 그 시간에 함께 있다. 아직 함께 웃을 수 있고, 서로의 이름을 부를 수 있다. 또다시 함께 미래를 그려갈 건강이 있고, 그보다 더 아름다운 그림을 함께 그려나갈 아이들이 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이유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아주 사소하고, 너무 익숙해서 자주 잊었지만 우리는 서로가 있기에 감사함으로 새로운 도화지를 채워나갈 것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겨울은 늘 길게 느껴지고, 끝이 없을 것처럼 춥고 차갑다. 하지만 계절은 약속을 어기지 않는다. 이 혹독한 시간이 지나면, 봄은 늘 그랬듯 설명 없이 찾아올 것이다. 우리는 혹한기와 맞서 싸우지 않으려 한다. 대신 함께 건너가려 한다. 너의 다정함은 내 어깨를 감싸는 롱패딩이 되고, 네 말 한마디는 온돌바닥처럼 방 안의 공기를 데운다. 너의 격려는 목도리와 장갑이 되어, 차가운 생각들이 나의 마음속까지 스며들지 못하게 막아준다.
이 겨울,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현실적인 대비책이며, 가장 오래 지속되는 온기다. 너를 선택한 나의 선택은 어쩌면 무모해 보였을지도, 대책 없어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 선택은 내 인생의 모든 혹한기를 대비한 가장 따뜻한 최상의 선택이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