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필사
“동행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입니다.”
이 문장을 오늘 아침 필사하면서
나는 잠시 멈춰 서게 되었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건
생각보다 쉽다.
목적지가 같으면,
어디로 가야 할지는 분명하니까.
그런데 같은 마음으로 간다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같은 마음으로 걷는다는 건
내가 힘든 날에도
상대의 마음을 한 번 더 헤아려보는 일이고,
상대가 지친 날에도
나 역시 흔들리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그게 참 어렵다.
나는 관계 속에서
‘상대가 싫어지는 순간’보다
‘내가 싫어지는 순간’이 더 힘들다.
이상하게도
내가 나를 싫어지기 시작하면
나는 마음이 먼저 돌아서게 된다.
처음부터 확 돌아서는 건 아니다.
나도 노력한다.
참아보고, 이해해보고,
한 번 더 맞춰보려고 한다.
그런데 그런 일이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되면
어느 순간부터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지쳐버린다.
‘내가 왜 또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내가 왜 또 이렇게 마음을 쓰고 있지?’
그 질문이 쌓이면
나는 결국
내 마음을 보호하기 위해
조금씩 멀어지게 된다.
그래서 오늘 필사한 이 문장이
더 마음에 걸렸다.
동행은 같은 방향이 아니라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이라고.
나는 그 말을 읽으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관계에서 돌아서는 이유는
상대가 틀려서가 아니라
내가 내 마음을 지키는 방식이
‘거리두기’였던 건 아닐까.
내가 나를 미워하기 시작하기 전에
내가 나를 놓치기 전에
조용히 빠져나오는 것.
그건 어쩌면
나를 위한 선택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여전히 바란다.
같은 방향이 아니어도
같은 마음이 되어줄 수 있는 관계를.
굳이 완벽히 맞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주며
같이 걸어갈 수 있는 동행을.
오늘 필사한 문장은
그런 나에게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았다.
“같은 마음으로 가는 것이 동행이다.”
그래서 오늘은
다짐해본다.
누군가와 함께할 때
내가 나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도,
상대도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을
조금 더 배우고 싶다고.
같은 마음이란
처음부터 똑같은 마음이 아니라
서로를 향해
조금씩 맞춰가려는 마음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