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날도 오는법입니다

by 봄날의꽃잎

인생은

에스프레소처럼 쓰다가

아메리카노처럼 평범하다가

캐러멜마끼아또처럼 달콤한 날도 오는 법입니다.


이 문장을 적고 나니 괜히 웃음이 났다.

맞다. 인생은 원래 그런 거였다.

어떤 날은 아침부터 마음이 바짝 쓰다.

별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해야 할 일은 많고 몸은 무겁고

말 한마디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그런 날은 나도 모르게 세상이 나에게만

조금 더 까칠한 것처럼 느껴진다.

또 어떤 날은 정말 아무 일 없이 지나간다.

특별한 기쁨도 없고 특별한 슬픔도 없다.

그저 해야 할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하루를 정리하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 날.

그런 날을 우리는

‘평범한 날’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그 평범함이 가장 어렵고 귀한 거라는 걸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평범하다는 건 무사하다는 뜻이고

무사하다는 건 이미 잘 살아내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사람 마음이 참 이상하다.

쓴 날은 빨리 지나가길 바라면서도

평범한 날엔 괜히 조급해진다.

‘이대로 괜찮은가?’

‘나는 잘 가고 있는 건가?’

‘남들은 뭔가 멋지게 사는 것 같은데…’

그 생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순간

평범했던 하루는 갑자기 맛을 잃는다.


그래서 나는

내 하루를 커피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쓴맛이 올라오는 날엔

“아, 오늘은 에스프레소구나.”

진하고 쓰지만 그만큼 깨어 있게 만드는 날.

평범한 날엔

“오늘은 아메리카노네.”

무난하고 담백하지만 끝까지 마시고 나면

몸이 조금 가벼워지는 날.

그리고 가끔, 정말 가끔

마음이 말랑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그때는 조용히 인정해준다.

“오늘은 카라멜마끼아또 같은 날이었어.”

누군가의 다정한 말 한마디,

예상치 못한 좋은 소식,

내가 나를 조금 덜 미워한 하루,

그런 것들이 모여

하루가 달콤해지는 날.

생각해보면

달콤한 날은

크게 특별한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 마음이 조금 풀어졌을 때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이 문장은

나에게 작은 주문처럼 들린다.


쓴 날만 있는 게 아니라고,

평범한 날이 전부가 아니라고,

달콤한 날도 결국 오고 만다고.

오늘 하루가 어떤 맛이었든

그 하루를 마신 내가 대단하다.


인생은

쓴맛이 있어도 끝이 아니고

평범함이 있어도 멈춘 게 아니고

달콤함이 와도 오래 붙잡을 수는 없지만

그 모든 맛을 지나며

나는 계속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오늘은

이 말 한 줄만 믿어보기로 한다.

달콤한 날도 오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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