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대형폐기물

by 봄날의꽃잎


서운한 마음은 재활용도 안 되고,

속상한 감정은 소각도 안 되더라.

두고 있자니 속이 타는 냄새가 나고

안고 가자니 상처가 덧나더라.

그래서 이제는 그 마음을

내 인생의 ‘대형폐기물’로 신고하고

멀리 내놓으려 한다.

ㅡ감성열차-


예전의 나는 서운함을 잘 숨기는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괜찮아”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하루 종일 그 말을 되감았다.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왜 내 마음을 몰라줄까.’

‘나는 늘 이렇게 참기만 하는 사람인가.’

참고 넘어간다고 해서

내 마음이 없어지는 건 아니었다.

그저 마음 한쪽에 조용히 쌓여갈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은 이상하게도

한 번에 터지지 않는다.

천천히, 아주 조용히,

내 안에서 썩어간다.


어느 날은 아무 일도 없는데

괜히 사람이 싫어지고,

괜히 말하기가 귀찮아지고,

괜히 내 표정이 굳어 있는 날이 생긴다.

그때 알게 된다.

아, 내가 지금 추운 게 아니라

내 마음이 오래전부터 차가워졌구나.


나는 원래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좋은 말을 깊이 새기고

나쁜 말은 바람처럼 흘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좋은 말은 금방 잊히고

나쁜 말은 오래 남는다.

특히 가까운 사람의 말은

그냥 지나가질 않는다.

친해서 더 아프고

기대가 있어서 더 서운하다.


그래서 요즘 나는

‘서운함을 참는 연습’ 대신

‘서운함을 정리하는 연습’을 한다.

정리한다는 건

미워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끝내겠다는 뜻도 아니다.

그저

내 마음을 계속 방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서운함을 재활용하려고 애쓰지 않기로 했다.

속상한 감정을 태워 없애려 하지도 않기로 했다.

그건 불가능하다는 걸 이제는 안다.


대신 나는

그 마음을 내 인생에서 꺼내어

정확한 이름을 붙여주려 한다.

“이건 내가 참아온 감정이다.”

“이건 내가 무시당했다고 느낀 순간이다.”

“이건 내가 혼자 애쓴 마음이다.”

그렇게 이름을 붙이면

그 감정은 조금씩

내 안에서 자리를 잃는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나는 내 마음을

멀리 내놓을 수 있게 된다.


이제는 마음도

쌓아두면 안 된다는 걸 안다.

서운함은 재활용이 아니라

정리가 필요하다.


속상함은 소각이 아니라

돌봄이 필요하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의 대형폐기물을 내놓는다.

내가 더 가벼워지기 위해서,

내가 더 따뜻해지기 위해서,

내가 나를 더 오래 지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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