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은 네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다

by 봄날의꽃잎

고백은 두근거림이다.

말을 꺼내기도 전부터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지금, 중요한 순간이라는 걸

몸이 먼저 알아차린다.

입술은 아직 닫혀 있는데

이미 마음은 한 발 앞서 나가 있다.

그래서 고백은

늘 떨림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살아보니 알게 된다.


고백의 두근거림에도

서로 다른 얼굴이 있다는 것을.

어떤 고백은

말하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꺼낸 말,

“그때 고마웠어.”

“네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어.”

상대는 이미 잊었을지 모르는 순간을

나는 오래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늦게야 꺼내놓는다.

이런 고백은

조금 늦어도 괜찮다.

말하고 나면

마음 한켠이 환해진다.

두근거림이

온기로 바뀌는 순간이다.

나는 이런 고백을

좋은 고백이라고 부르고 싶다.


하지만 어떤 고백은

오래 쌓인 마음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온다.

“나 그때 진짜 상처였어.”

“왜 나한테만 그랬어.”

참고 또 참았던 시간들이

말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감정이 먼저 앞질러 나온다.

말을 하고 있는 나조차

멈출 수 없는 순간.

그리고 고백이 끝난 뒤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이건 고백이 아니라

쌓여 있던 마음이 터진 것이었다는 걸.

이런 고백은

나를 시원하게 하기도 하지만

어딘가 씁쓸함을 남긴다.

나는 이런 순간들을 떠올리며

나쁜 고백이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그래서 요즘의 나는

고백을 조금 다르게 연습한다.

크게 쏟아내기보다 작게 꺼내보는 것.

“그때 조금 서운했어.”

“괜찮은 척했지만 괜찮지 않았어.”

말은 작지만

그 안에는 충분한 진심이 담겨 있다.

상대를 몰아세우지 않으면서도

나를 숨기지 않는 방법.

이런 고백을 하고 나면

관계가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더 가까워진다.

나는 이런 고백을

조용한 고백이라고 부른다.

어쩌면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방식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가장 오래 남는 고백이 있다.

끝내 말하지 못한 고백이다.

“사실 좋아했어.”

“그때 미안하다는 말을 못 했어.”

“괜찮은 척했지만 많이 힘들었어.”

그 말들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마음속에 머문다.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고

어느 날 문득

조용히 떠오른다.

그때 말했더라면 어땠을까.

조금은 달라졌을까.

이 질문을 남긴 채

오래 남아 있는 고백.

나는 이것을

하지 못한 고백이라고 부른다.


그래서일까.

고백은 늘 타이밍을 닮아 있다.

너무 늦으면 마음속에 남고,

너무 급하면 후회로 남는다.

그리고 그 사이 어딘가에서

우리는 늘 망설인다.


나는 아직도 고백이 쉽지 않다.

한 번 입을 열면

댐처럼 쏟아질 것 같은 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그래서 더 망설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제

조금씩 꺼내보려 한다.


좋은 고백은 조금 더 자주,

나쁜 고백은 조금 더 천천히,

조용한 고백은 조금 더 솔직하게,

그리고

하지 못한 고백은

가능하다면 더 늦기 전에.


고백은 두근거림이다.

그리고 그 두근거림은

결국 살아 있는 마음이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신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완벽한 문장을 기다리기보다

지금의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가보려 한다.


서툴러도 괜찮다고,

떨려도 괜찮다고.


고백은

하는 것이 아니라

꺼내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