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졸업식에 가보니
정성스럽게 꾸며진 포토존이 있었다.
풍선이 달리고,
“졸업 축하해”라는 문구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서로 어깨를 맞대고, 점프를 하거나,
장난스럽게 표정을 짓고,
기발한 포즈를 만들어낸다.
누워서 찍기도 하고, 뒤돌아 서서 찍기도 한다.
사진 한 장에도 각자의 개성이 담겨 있다.
그렇게 찍은 사진들은
곧바로 휴대폰 속으로 들어가 SNS에 올라간다.
“우리 졸업했다.”
그 한 문장과 함께
수십 장의 사진이 순식간에 추억이 된다.
부모들은 휴대폰을 들고 그 순간을 놓칠까
몇 번이고 셔터를 누른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문득,
나의 고등학교 졸업식이 떠올랐다.
1994년 2월.
그날의 공기는
지금보다 훨씬 차가웠던 것 같고,
마음은 지금보다 훨씬 들떠 있었다.
교문 앞에는
임시로 들어선 꽃가게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비닐에 싸인 장미꽃,
색색의 안개꽃,
작은 꽃다발을 들고 서 있던 사람들.
괜히 한 번 더 쳐다보게 되고,
누가 건네주지 않아도
받아보고 싶은 마음이 들던 나이였다.
졸업식이 끝나자마자
학교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어디선가 계란이 날아오고,
밀가루 봉지가 터지며
하얀 가루가 공중에 흩날렸다.
“야! 도망가!”
“잡아!”
운동장을 가로지르며 쫓고 쫓기던 남학생들,
교복 위에 계란이 터지고
밀가루가 덕지덕지 묻어도
그날만큼은 아무도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더 크게 웃었다.
엉망이 된 모습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배를 잡고 웃던 그 장면.
지금 생각해도 이상하게 따뜻하다.
그때는 필름카메라였다.
사진을 아무렇게나 찍을 수 없어서
더 신중했고, 그래서 더 떨렸다.
“야, 이건 진짜 찍는다.”
그 말 한마디에 순간이 특별해졌다.
남녀공학이었지만 평소에는 괜히 어색해서
가까이 서보지도 못했던 우리들.
그날만큼은 조금 용기를 냈다.
“같이 찍을까?”
그 짧은 말 한마디에 괜히 심장이 빨라지고,
서로 어색하게 웃으며 간격을 맞추던 순간.
손이 닿을 듯 말 듯, 어깨가 살짝 스칠 듯한 거리.
그 거리만큼이나 서툴고, 그래서 더 진심이었던 시간.
사진은 바로 볼 수 없었다.
며칠 뒤에야 인화된 사진을 받아들고
그날을 다시 꺼내보았다.
흐릿한 사진 속에도 분명히 남아 있던 웃음.
그건 그 시절의 우리가
그대로 담겨 있는 순간이었다.
그때의 우리는 졸업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끝났다는 해방감과
앞으로에 대한 막연함 사이에서
더 크게 웃고, 더 요란하게 떠들었다.
어쩌면 이별이 낯설어서
더 시끄럽게 보냈던 건지도 모른다.
지금의 졸업식은 조용하고, 단정하다.
아이들은 사진 속에 자신을 남기고,
그 순간을 예쁘게 기억하려 한다.
나는 그 사이에 서서
두 개의 졸업을 함께 떠올린다.
엉망이 되도록 웃으며 보내던 시간과,
조용히 웃으며 남기는 시간.
하지만 결국, 같은 마음이다.
조금은 아쉽고, 조금은 설레고,
그래서 자꾸 웃게 되는 그 마음.
그날의 나는 밀가루를 뒤집어쓴 친구들 사이에서
마냥 웃고 있었고,
지금의 아이들은 사진 속에서 그 순간을 조심스럽게 남기고 있다.
방법은 달라졌지만, 그 안에 담긴 마음은
조금도 다르지 않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마음속으로 말을 건넨다.
“지금 이 순간,
나중에 떠올리면 참 따뜻할 거야.”
졸업은 끝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마음에 담고
조금 더 단단해진 채
다음으로 걸어가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웃으며
한 시절을 졸업한다.
그리고 또,
자신의 자리에서
다시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