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졸업합니다.

이제서야

by 설애

봄은 생각보다 빨리 와서 겨울을 보내고 있다. 겨울 매거진이 끝나는 이 시점은 이미 입춘도, 우수도 지난 경칩을 앞둔 봄의 절기이다. 겨울을 이렇게 울퉁불퉁하게 보낸 것은 참 오랜만이다. 빙판에 미끄러지듯 쓰윽, 그렇게 지나가곤 했다. 겨울을 좋아하지 않으므로, 추운 것을 싫어하므로, 이 계절을 제대로 느끼지 않고 스쳐 보냈다. 그렇게 겨울을 바라보지 않고, 마주 보지 않는 시간을 졸업하려고 한다. 이 겨울을 졸업하면 봄에는 좀 더 산뜻하고 가벼워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의 겨울이 조금 덜 싫어질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참 느리게 가던 고등학교 시절을 그때는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도 졸업을 하고 나니, 종종 그때가 그립다. 이어폰 줄을 옷 속으로 숨기고 노래를 들으며 공부하던 시간, 겨울 바다를 보러 야자를 땡땡이치고, 찬물로 머리를 감았던 어느 날, 시험 기간이 끝나면 쌓아놓고 읽던 많은 책들, 깊은 밤을 함께한 고스트스테이션. 그리고 고민하고 흔들렸던 친구들. 그렇게 어두운 시절에도 반짝이는 추억들이 있었음을 느리게 깨닫는다. 졸업한 후에야 그 시절의 반짝임을 알게 된다.


왜 어리석게도 그 시절 안에서 그 순간의 소중함을 알지 못하는 걸까


왜 어리석게도 고맙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제때 말하지 못하는 걸까


몇 년 전 모교인 고등학교를 다녀왔다. 그냥 조용히 걷다가 왔다. 겨울인데도 그날따라 날씨가 좋아서 아름다운 정원 사이의 등하굣길을 걸었다. 여전히 아름답다. 그곳은 어느 영화의 아름다운 배경처럼, 여전히 그곳에 존재했다. 자꾸 아프고, 자꾸 숨었던 마음이 그 배경에서 오롯이 떠올라 햇살을 맞으며 걸었다. 그렇게 서서히 겨울의 마음에 쨍하고, 금이 생겼다.


이제 졸업해야겠다.

그만 머물러도 되겠다.


이제 흘러도 되겠다.

미끄러지지 말고, 걸어도 되겠다.




그래서 봄볕에 못 이기는 척 반짝여도 보아야겠다.








감사합니다. 같이 글을 써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