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혼자 너무 그러지 말자

아름다운 향기가 단 한 가지의 향료로 이뤄질 리 없듯이

by Carol


우리 집 쌍둥이 육아는 '공동육아'다.

우리 엄마와 아빠는 아이들 신생아 시절부터 20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리 집으로 출퇴근하며 나와 둥이 육아를 함께해오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엄마 아빠 없이 내가 홀로 쌍둥이를 키울 수 있었을 것 같지가 않다.(사실 상상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엄마 아빠의 도움이 내게 당연한 것은 아니었다. 너무나 살뜰하게 육아는 물론 우리 가정을 안팎으로 살펴주는 우리 부모님의 배려가 내게는 20개월어치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마음의 표현뿐이어서 아무리 작은 일도 감사하고 죄송하다고, 늘 말로 행동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해오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엄마가 조심스럽게 나에게 말을 꺼냈다.


"있잖아 너, 너무 그러지 마. 예전에 우리 엄마가 나한테 부모 자식 간에 딱딱하게 너무 그러지 말라고 하는 게 난 무슨 말인 줄 몰랐는데, 요즘 내가 그걸 느낀다 너?"


말인즉슨, 내가 매번 너무나 깍듯이 인사며 사과를 해대고, 엄마 아빠 물건은 마치 남의 것 다루듯 하나하나 허락 맡아가며 쓰고 하는 게 내 딸 같지 않아 어색하고 멀게 느껴지더니 이내 서운하기까지 하더란거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다가 이내 내가 너무 긴장하며 살고 있었나 보다 생각했다.




확실히 아이들이 있기 전, 더 정확히는 결혼 전의 나는 지금보단 부모님께 좀 더 맘 편히 의지하는 딸이었다. 하지만 결혼 후 독립된 가정을 이루고, 아기들까지 태어난 후에는 모든 것이 나의 의무라는 생각을 은연중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이 당연히 내 것이어야 할 의무를 기꺼이 나눠 짊어진 엄마 아빠에 대한 미안함이 더 컸던 것이다.


하지만 엄마 아빠는 은퇴와 동시에 아가들이 태어나 삶이 공허할 틈이 없었다고 했다. 매일 일어나면 여전히 갈 곳이, 기다려주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음에 힘이 난다고도 했다. 조심스레 꺼내놓는 엄마의 속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문득, 풍성한 플라워 부케 향기를 떠올렸다.




정말 좋은 부케 향은 무슨 향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향이기도 하다. 물론 '장미' 만을 표현해낸 향기도 있고 '은방울꽃' 무드를 극도로 끌어올린 향도 있지만, 이 또한 전체 향 원료가 어우러져 뿜어내는 주제일 뿐 한 가지 원료로만 그려낸 향은 아니기 때문이다.


수십여 가지의 향료가 이리저리 섞여 서로를 띄워 올리기도, 감싸 안아주기도 하며 누구 하나 저 홀로 뻣뻣이 날카로운 향내를 쳐올리려 하지 않는 향.

이런 향기를 우리는 밸런스 있는 풍성한, 좋은 향기라고 느낀다.




어쩌면 나는, 내가 우리의 플라워 부케향을 책임질 유일한 향료 같은 사람이라고 조금은 이기적이고 강박적인 생각을 했던 건 아닐까.


앞으로는 좀 더 편안하게 여기저기 기대고, 치대어 보아야겠다고. 나는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플라워 부케향이 더없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고 맘껏 표현 또한 하리라고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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