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진무구한 눈을 가진다는 것

아기들의 눈을 통해 배우는 살아가는 방법

by Carol

아이들을 키우며 이 아이들이 순진무구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그때그때 하는 표현들에 놀라는 일이 늘었다. 요즘은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익숙하다 여기며 놓치는 많은 순간들, 경험들을 우리 로아제아가 발견하고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표현해 주곤 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고맙고, 예쁘고, 사랑스럽다.



#1 우리 집은 거실에 시스템 통창이 있어 하늘 구경하기가 참 좋다. 밤이면 거실 불을 모두 꺼두고 아이들과 밤하늘의 비행기를 기다리기도 하고, 지나가는 버스며 오토바이를 찾아 먼저 외치는 놀이도 한다. 하루는 고개를 들어 맞은편 아파트를 한참 바라보던 로아가 "케이쿠케이쿠!" 를 외치며 손가락질하더니 손뼉 치며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자기에 가리킨 곳을 올려다보니, 거실 천장에 레일 조명을 길게 설치해 멀리서 바라보면 초를 켜 둔 듯 보이는 한 집이 눈에 띄었다. 이제 케이크집이 불을 켰는지 확인해 노래 부르는 일도 우리의 저녁놀이가 되었다.


#2 얼마 전, 늦은 계절 옷 갈이가 시작된 우리 집에는 안방 이곳저곳에 옷이며 이불 수납을 하는 비닐 진공팩들이 놓여있었다. 나를 따라 옷을 옮기고 넣고 하는 시늉을 하던 제아가 옷이 가득 들어 불룩해진 비닐팩을 두드리며 "풍선 풍선"하며 깔깔 웃는다. 방 한가운데 놓인 커다란 일감이 흥미진진한 오브제로 변신했다.





향을 만드는 작업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늘 무지한 사람처럼 향을 맡는 일이다. 이 정도면 됐다는 타협 없이 늘 처음 시향 하듯 원료와 조향 된 향료를 시향해 내는 일이 가장 어렵다. 향 표현도 그렇다. 전문가와 향을 잘 알고 많이 경험한 사람들이 쓸법한 '얼씨(earthy, 흙스러운)하고 애니멀릭(animalic, 동물에게 날법한 정제되지 않은 지릿한 냄새) 한데 살짝 느껴지는 프루티(fruity, 과일의 상큼하고 달달한 향내)함이 반가운 향' 이란 표현보다 소위 향 알못의 '오렌지랑 수박을 좋아하는 숲 속 코알라네 집에 놀러 갔을 때 나는 냄새'라는 표현이 훨씬 더 와닿는다.



내가 사랑하는 도시 미국 뉴햄프셔의 콩코드는 생전에 소위 '찐따'취급을 받던 자연주의 철학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모자에 흙을 담아 지닐 정도로 사랑했던 곳이다.

내가 좋아하는 곳에서 나고 자라며 개인이 가장 자신다울 수 있는 삶을 이야기했던 그를 막연히 좋아했던 나는, 향을 만들고 아기들을 키우며 그가 왜 일평생 철저하게 의식적인 무지함을 유지했는지, 어린아이가 느끼는 경이로움을 잃지 않는 것을 왜 그리 소중하게 여겼는지 마음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던지는 삶의 조언을 늘 가슴에 새기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대상을 이해하는 것을 멈출 때에 비로소 그 대상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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