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아이들을 미국에서 키워보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고있던 우리 부부에게 시기적절한 기회가 찾아와 정말로 다음달이면 미국에 가게 되었다.
아이들이 없던 때라면 어디든 다니는 걸 좋아하는 내게 행운같은 일이라며 신나서 이것저것 계획하고 있었겠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안전하게 적응하고 잘 지낼 수 있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한참 고민하는 중이다.
하루에도 몇번이나 아이들과의 미국생활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하다 보면, '우리 아이들이 내가 예상하는 정도의 적응과정만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도시 내쉬빌에서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부터 시작해 '사실 얘들은 적응이 따로 없이 완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이른다. 그리고 이쯤 되면 내가 이 아이들을 정말 이해하고 알고 있는가에 대해 새롭게 고민을 시작하게 된다.
한달 조금 더 남은 미국행이 사실 벅차고 불안하긴 하지만, 이렇게 나와 오빠 그리고 아이들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보는 시간을 반강제적으로나마(?) 갖게 된다는 점 하나로도 참 잘되었다고 생각하며 기꺼이 고민하는 요즘, 로아제아는 하루하루 눈이 반짝이고 작은 일에도 신나하는 부산스런 어린이들로 자라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아이들을 열심히 지켜보는 중이다.
상황파악이 빠르고 이해도 빠른 편인 로아는 잠시 떼를 쓰려다가도 내가 안되는 이유를 말해주거나 대안을 이야기하면 '알았어' 하고 더 묻거나 생떼부리지 않는다. 가끔은 다 큰애처럼 자기 직전 머리를 묶어야하는(묶인머리 만지는 걸 좋아한다.) 제아를 위해 자려고 누웠다 혼자 홀연히 우리방으로 건너가 고무줄을 찾아 갖다주거나, 제아가 떼쓰면서 자기를 밀거나 쳐도 '엄마 쟤 그냥 놔둬' 하며 애어른같은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
어딜봐도 동그란 외모와 달리 세심하고 예민하며 겁도 많은 제아는 참 예쁜 말을 잘한다. '엄마 넘어졌어? 많이아팠겠다. 내가 같이 있을걸' 하고 내 작은 상처를 걱정하거나, 방안 가득 이리저리 장난감을 옮기고 쌓고 하며 구축한 자신만의 놀이세계관을 설명해주며 '엄마 여기는 내 요리주방인데 이게 굽는데고 여기서는 씻어야되고 이건 내가 만든 엄마 선물이야' 하고 알록달록 플레이팅된 제법 멋진 장난감 요리를 선보이기도 한다.
내가 기억하는 어린시절의 나는 겁이 많았고, 짜증도 싫증도 잘 냈다. 로아처럼 용감하게 놀이기구를 다쳐도 오르고 또 오르는 과감함이 있다거나, 그런 과감한 성격에도 당장 원하는 걸 얻기위한 땡깡같은 건 부리지 않는 영민함은 없었던 것 같다. 제아처럼 길에서든 엘리베이터에서든 기분이 좋으면 손뼉치며 노래하거나, 모르는 언니오빠에게 다가가 "안녕! 우리 만난적 있지 미끄럼틀에서??" 하고 뜨악한 표정을 짓는 상대는 아랑곳하지않고 배짱좋게 계속 말을 걸 줄은 더더욱 몰랐던 것 같다.
내가 엄마가 되었으니 아이들을 씻기고 먹이고 재우며 키운다고 말하지만, 사실 아무런 편견도 셈도 없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줄 아는 로아제아에게 나는 매일 배운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자주 행복하고 덜 후회하고 싶다. 매일 기쁘게 도전하도록 실패할 때마다 안아주며 살아가고 싶다. 커지는 아이들 만큼 나아지는 엄마가 되어주고 싶다. 그러니 우리 로아제아가 "살아가는 건 행복하고, 우리엄만 좋은 엄마에요" 라고 이야기해주는 한 나는 내가 진짜 좋은엄마라 굳게 믿고 살 작정이다. 너희는 쑥쑥 자라나렴 나는 열심히 배울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