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현장에서의 기억(3)
허허, 야 우린 용접면 안 쓰고 해~~
‘맨 얼굴로 이걸 하라고.? 해본 적 없는데.. 어떡하지. 못한다고 할까? 아 모르겠다. 해보자.’
용접할 위치에 용접기를 갖다 댄다.
그리고 눈을 감고 용접스위치를 눌렀다.
눈은 감고 있지만 느껴진다. 엄청나게 밝은 빛이.
1초..? 즈음 흘렀을까.
같이 있던 아저씨가 썽을 낸다.
“야!! 이리 내!! 너 용접할 줄 아는 거 맞아??”
용접 한 걸 들여다보니 구멍이 시원하게 뚫려있었다.
그날은 하루 종일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공구 심부름만 했다. 비는 어느새 눈이 되었고 날은 더 차갑게 느껴졌다.
첫 출근에 한 시간이나 오버타임 근무를 했다.
작업이 늦어진 게 내 탓이라 말했다.
귓등으로도 안 들었다.
출근 3일째 됐을 때,
또다시 출장이다.
1톤 화물트럭을 타고 한 시간을 이동했다.
한 공영주차장의 핸드레일 설치 작업이었다.
당연히 야외였고, 하필 생리가 겹쳤다.
화장실은 없었다.
주변 식당 한 곳에 부탁을 했다.
‘아, 이걸 생각 못했네’
작업이 시작됐고 열심히 앙카를 박았다.
분명 용접만 하면 된다 그랬는데 왜 나는 여기서 앙카를 박고 있는 걸까?
일단 앙카 설치작업을 하면서 생각한다.
‘여기서 일 하는 게 맞나..?’
아무도 나한테 커피 타라고 시킨 적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먼저 탔다.
시키기 전에 타야 내가 기분이 덜 나쁠 거 같아서였다.
그러면 “야야야, 하지 마라~ 냅 둬 냅 둬” 하며 말렸다.
하지만 재수 없는 영감들도 있다.
“이야~ 네가 탄 커피가 젤 맛있다~”
나는 대답했다.
“침 뱉은 거 걸렸네요”
내가 이렇게 대답하기가 무섭게 주변에서 모두 영감을 향해 잔소리를 해댔다.
“형!! 요즘 누가 그런 말을 해~~!! 아우 구식이야 구식. 야야 구닥다리 말 듣지 마!!”
보통 오전/오후로 15분-20분 정도 휴게시간이 있다.
주로 커피타임인데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야, 너는 커피 안 마시냐~?”
“네, 저는 아메리카노만요!
아 근데 저쪽 길 건너에 가면
‘이디야’라는 카페가 있는데 거기 토피넛라테가
맛있어요. “
“엉~ 그려~? 그런 게 있구먼..” 하고 그냥 서 계시길래
“왜 그냥 서있어요? 가서 사 오라는 뜻인데ㅋㅋㅋ“
했던 날이 있었다.
용접만 하면 된다더니, 나는 나무꾼인가?
오죽하면 일기를 써놨을까.
하루이틀 하고 말 줄 알았던 게 5일이 넘어가니
발끝에서부터 화가 났다.
용접은 대체 언제 하는 거지?
일 돌아가는 거 보니까 용접이 메인이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