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을 준비하게 된 계기
하루 이틀 정도는 다른 일을 해도 괜찮았다.
사흘째 되니 슬슬 화가 나기 시작했다.
한 겨울, 눈과 서리가 녹았다 얼었다 하면서 나무데크끼리 꽉 달라붙었다.
하나하나 바닥에 내려쳐서 붙은 것들을 떼어냈다.
손과 얼굴이 찢어지게 추웠지만 몸은 더웠다.
오와 열을 맞춰서 가지런히 정리하고 나면 농약분사기 통을 등에 멘다. 그리고 장화도 신는다.
농약 대신 오일스텐이라는 걸 넣어서 뿌린다.
이 오일스텐은 냄새가 얼마나 고약한지 웬만한 마스크로는 그 냄새를 막을 수가 없었다.
오일스텐을 분사하면 나무의 색이 점점 진한 갈색으로 변하는데 한 번만 뿌려서는 되질 않는다.
2회 정도 반복하고 나무들을 햇볕에 잘 말린다.
그리고 다시 한 개씩 차곡차곡 포개서 정리를 한다.
나무는 철보다 무거웠다.
몇 개의 빠레트였나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반복했다.
같이 일하는 부장님이 계셨다. 유명한 소리꾼이었다.
‘잔소리꾼’
어김없이 와서 잔소리를 한다.
“야야, 줄 좀 잘 맞춰봐. 어? 그렇게 비뚤비뚤하면 오일이 안 발린다고”
며칠간 잡일만 한 탓에 안 그래도 불만이 쌓인 나는 그 말에 곧장 대답했다.
“지금 하고 있잖아요. 하고 있는데 와서 잔소리를 하면 내가 하고 싶겠어요.?”
회사에선 할 수 없던..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의사 표현을 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그렇게 엿새째 될 때 작업이 끝났다.
이렇게 한차가 나왔다.
나무의 색깔이 어두운 갈색으로 변했다.
사진을 찍어두길 잘했네. 이렇게 써먹는구나.
현장으로 이동하는 화물을 보면서 생각했다.
‘누가 저걸 내려서 언제 또 다 바닥에 까냐..’
는 바로 나.
내가 하고 있었다..

하.. 누가 하긴.. 내가 하겠지..
7~800미터 되는 길이의 자전거 산책로였다.
화장실도 없고, 작업을 하면 할수록 시작지와 거리가 점점 멀어졌다. 집에 가는 길이 점점 길게 느껴졌다.
‘대체 누가 여기를 자전거를 끌고 온다고..’
저 멀리서 자전거 한대가 들어온다.
같이 있던 과장님이 소리친다.
“어어~~ 자전거 지금 들어오면 안 돼요!!”
자전거에서 절대 내리지 않고 꿋꿋이 자전거 바퀴흔적을 남기며 타고 간다.
의문이 들었다.
어떻게 들어왔지?
출입금지로 막아놨다.
안전테이프 아래로 기어서 오는 것 말고는 없을 텐데
잠깐! 안전상식.
출입제한구역은 절대 들어가면 안 됩니다.
길이 있는 것 같아도, 얹어만 둔 상태일 수 있습니다.
아래로 추락하면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가는 겁니다
사흘정도 이 짓거리를 하니 탈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용접을 할 거면 여기는 아니야.
그렇게 내 첫 현장은 20일만에 끝이 났다.
그리고 나는 집과 70KM 를 멀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