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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사로서의 첫 이직

저 좀 뽑아주세요.

by 충청도용접사


이런 말이 있다.

잘됐는지 잘 안 됐는지는 떼운 놈만 알아,


용접불량으로 일어나는 사고들이 종종 있다.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용접부위에 작은 크랙만 생겨도 그 부분에서 부식 또는 유해물질 방출이 된다.


그리고 이런 불량을 줄이기 위해 나름의 검사를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엑스레이 검사다.


흔히 용접에서는 RT라고 부른다.


이 검사는 용접이 덜 된 곳부터, 크고 작은 이물질, 육안으로 식별할 수 없는 기공 등, 여러 가지 결함을 잡아낸다.


이 용접을 RT용접이라 부르는데,

내가 새로 이력서를 넣은 곳이 바로 RT용접을 하는 곳이었다.


이 단계를 거쳐야지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력서를 넣고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이 분야에서 비선호하는 ‘여성’이다.

이유는 모르지만 여성을 선호하지는 않으니 나는 남자들과 달라야 했다.


이력서를 넣고 30분 후에 채용담당자에게 문자를 보냈다.


신입의 패기랄까


이 문자 덕분에 면접의 기회를 갖게 됐다.


처음으로 제대로 된 용접 테스트를 봤는데

“여태 테스트 보러 온 사람들 중에서 제일 낫네” 라며

칭찬을 들었다.


‘오, 나 붙는 건가..?’

열심히 한 보람이 느껴졌다.


사무실로 올라가서 단가협의를 했다.


시급과 일당 중 선택하라 했다.


시급은 4대 보험이 가입, 정직원으로 입사, 연월차, 만근수당 등 통상적인 직장인 처우와 같았고,


일당은 시급이 받는 처우를 하나도 받지 못했다.


시급을 14,000원 제안받았다.

15,000원을 달라고 했다.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14,500원으로 협의 봤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7년 차 용접사가 12,000원이었다는 것.


아무튼!

1월 첫 월요일에 새로운 공장으로 출근하게 되었고,

집과 거리가 있어 기숙사를 쓰기로 했다.


기숙사 생활은 대학생 때도 했기 때문에 별 걱정 안 했다.


그리고 첫 출근 한 그날 밤,

나는 방 불을 환하게 켜둔 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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