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어 모든게..
왕복 70km도 힘든데, 편도 70km 거리의 새 공장은 기숙사를 써야했다.
그래도 배울 것이 있으니까 다녀야 했다.
기숙사는 놀라웠다.
‘이게 기숙사야..?’
짐 정리는 나중에 하자.
일단 출근부터.
공장은 바깥 날씨보다 더 추웠고,
온 바닥은 쇳가루로 깔려 있었다.
발을 스윽 바닥에 밀어보면 쇳가루가 밀렸다.
웰컴키트를 받았다.
장갑,마스크,귀마개
안전모,안전화,작업복은 없었다.
처음 받은 일은 산업용 소화기 뚜껑에 손잡이를 붙이는 일이었다.
용접은 co2용접.
난 티그용접으로 시험을 봤는데 웬 co2..?
그래도 직전 공장에서 용접을 너무 안했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용접 준비를 했다.
뚜껑을 테이블에 올리려고 들었다.
‘음,,15키로는 더 나가겠군’
묵직한 뚜껑을 들어서 용접을 하기 시작했다.
한시간.. 두시간..
추운 날씨에 손이 점점 굽는다.
어영부영 하루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기숙사라지만 식당옆에 딸린 작은 방이었고
샤워는 식당 밖에 있는 건물 화장실에서 해야했다.
그 화장실에서 샤워를 할 용기가 나질 않았다.
짐을 챙겨 목욕탕을 가야겠다!
천장에서 푸다다닥 소리가 났다.
소름이 끼쳐서 한달음에 밖으로 뛰어나갔다.
어휴, 쥐가 있네..
목욕탕에서 기숙사로 돌아올 때는 괜히 큰 소리로 헛기침을 하며 방으로 들어갔고, 첫 날은 방 불도 끄지 못한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하루, 이틀 , 한달..
월급을 받았다.
황망했다.
4대보험이 내 이틀치 일당을 앗아갔다.
분노가 치솟았다.
다시는 절대 4대보험은 하지 말아야지.
같이 일하는 김씨와 신씨 아저씨가 있었다.
그 중 김씨 아저씨는 나만 보면
“연습해서 탈출해~~!!” 라고 염불을 외웠다.
어느 날 알바생이 왔다.
일이 바빠서 부른 알바라고 했다.
아침에 잠깐 얼굴이 보이더니 일 시작 할 때는 보이지 않았다.
김씨한테 “알바 어디갔어?” 물어보니 집에 갔단다.
그 이유가 [장갑을 주지 않아서 기분이 나빠] 였다.
‘그렇구나, 별게 다 기분이 나쁘네..
나는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부장님, 저 좀 그만 무시하세요‘
두달 차 접어들었을 때 일이었다.
아침 일찍 나와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일찍 출근한 부장이 나한테 오더니
“야! 너는 기본자세부터 연습을 해야지, 이 것부터 하면 어떡하냐!! 기본도 할줄 모르면서 뛸려고 하네?”
하.. 이건 뭔 예의 개념 밥 말아먹은 발언인가.
사실 이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넌 오늘 아다리 걸렸다.
마스크를 벗고 샤우팅을 시전한다.
“예? 뭐라고요? 지금 저 무시하시는거에요?”
부장이 웅얼웅얼 거린다.
한번 더 질러준다.
“한 두번도 아니고! 사람 적당히 무시하세요.!그리고 지금 일하는 시간도 아닌데 왜 와서 이래라 저래라 해요?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무시 그만하고 가세요!!”
그 뒤로 그 부장은 나를 야! 라고 부르지도 않았다.
부장 가고 과장 왔다.
부장보단 과장이 찐이었다.
이 양반은 진심을 다해서 나를 괴롭혔다.
놀랍게도 이 양반이 내 용접테스트 감독을 했던 양반이다.
오죽하면 나는 내가 말 귀를 못알아 먹는 병이 생긴 줄 알았을 정도였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과장 : 용접 끝나면 그라인더로 싹 갈아서 넘겨.
그래서 열심히 그라인더를 했다.
오후쯤 다시 와서는 “그라인더 하지말고 그냥 넘겨줘”
라고 한다.
“엥? 그라인더 하지말고요?
싹 갈아서 넘겨야하잖아요.” 되물었다.
그냥 넘기란다.
‘아싸, 그라인더 안해도 된다’
다음 날 과장이 다시 온다.
“왜 그라인더 안했어? 그라인더 해서 넘겨~“
‘아니...ㅅ ㅠㅠ ‘
한달전부터 꾸준히 오던 알바 아저씨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나한테
“아가씨야? 아줌마야?” 라고 하길래
제 이름은 ** 입니다.
이름 부르세요
그 뒤로 그 삼촌은 내 성도 모르고 이름만 부르고 있다.
하루는 나한테 "여기서 얼마받아?“ 라고 물어보길래
“모르겠네유, 주는대로 받아서” 라고 했더니
“안주면 어쩌게?” 하길래
“그럼 못받는거지 뭐” 하고 넘어 간 적이 있다.
이 알바아저씨가 나 일하는걸 한달동안 지켜보고
마음에 들었는지 주말에 알바 갈 생각 있는지
물어보신다.
일당은 30만원.
그래서 호칭은 아저씨에서 삼촌으로 바꿔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