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이 돈을 준다고..?
알바로 왔던 삼촌이 주말에 이틀정도 일을 좀 도와달라고 연락이 왔다.
위치는 경기도 화성.
차로 1시간 40분 거리.
알바는 비밀리에(?) 은밀히 진행됐다.
용접면은 금요일 저녁에 모두 퇴근한 시간을 틈 타 차에 미리 넣어두고 채비를 마쳤다.
이틀이라서 잘 곳이 애매했다.
숙소를 잡아달라고 할까? 고민하던 찰나에
알바삼촌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숙소는 그냥 우리 집 와서 자~”
...^^ 어림도 없지..
근처에 학교 후배가 살아서 이틀 신세 지기로 했다고 둘러대고 제일 싼 모텔방을 잡았다.
토요일 아침 6시에 부지런히 출발했다.
도착하니 8시가 좀 안 됐다.
8시부터 5시까지 일을 하는데, 공장에서만 일을 해봤지 다른 업체에선 처음 하는 거라 여간 정신이 없었다.
오후 3시쯤엔 집으로 도망가고 싶었다.
안 해 본 포인트가 너무 많아서 몸이 힘들었다.
내일은 못 나온다고 말할까..?
별별 생각을 다 하는 와중에도
‘이건 경험이야, 여기서 도망치면 죽도밥도 안돼. 존버 하자 존버 하자’
그렇게 하루를 겨우 버텨냈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사람 한 명을 만났다.
내가 만난 사람은 여자용접사였다.
서로 일 하는 분야는 달랐지만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다음을 기약하고 모텔방으로 들어와서 씻고 누웠다.
또 그 느낌이다.
우울감.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면 찾아오는 그 우울감.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내가 지금 여기서 혼자 뭐 하는 거지..’
공장에 있는 기숙사도 마찬가지 었다.
씻고 자려고 누우면 찾아오는.. 그 허무함과 공허함.
숙소라는 곳이 내겐 그런 감정을 줬다.
다음날은 첫날보다 수월했다.
역시 존버하길 잘했어.
점심쯔음 되니 삼촌이 봉투를 건넨다.
‘이걸 이렇게 준다고..?’
일단 차에 던져두고 마저 일을 했다.
5시가 좀 안 됐는데 삼촌이 어딘가 초조해 보인다.
“이거 여기까지는 하고 갈게요!”라고 말하자
삼촌이 “어..? 그래줄 수 있어?.. 그래 고마워”
다섯 시 반쯤에 마무리를 했다.
공장에서 한참 떠나와서 봉투를 열어보니 50만 원이나 들어 있었다.
지금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실감이 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삼촌한테 전화가 왔다.
”오늘 늦게까지 일해줘서 고마워~ 근데, 다른 데 가서는 그렇게 하지 마. 왜냐면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이 싫어할 거야. 끝나는 시간에 딱 끝내야 다른 사람들이
편해 “
나는 내가 조금 더 한 게 잘못된 행동인 줄 알고
“아, 그럼 아까 저 때문에.. 에구 죄송요”라고 말하자
삼촌은 ‘너무 고마웠고 너를 다시 본 계기가 됐지만 너의 그런 열정이 다른 작업자들을 불편하게 할 수 있으니 다른데선 그렇게 열심히 하지 마’라는 의미였다고 했다.
흠.. 그렇구나. 어렵구나 노가다.
그리고 뒤이어 조금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알바업체 사장이 삼촌에게
“여자분이면 단가를 20만 원만 줘도 되지 않아요?”
라고 했단다.
삼촌은 “아뇨 그런 게 어딨어요. 25만 원 준다고 하고 데려 온 거라 그렇게 하면 안 돼요”라고 딱 잘라 말했다고 했다.
내 단가가 20만 원이어야 하는 이유가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여자’라서 라니..
참나..
이 날은 퇴근을 부모님 댁으로 했다.
50만 원 중 20만 원을 툭 떼서 아빠한테 드렸다.
내 하루를 드렸다.
뿌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알바를 한번 더 갔다.
이번엔 하루짜리라 30만 원이었다.
그리고 첫 부상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