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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현재 ‘요즘 꽂혀 있는 노래’를 물어보면 가장 처음 나올 대답은 RATM의 <Bulls On Parade>이다. 이 글은 노래를 소개하려고 적었다기보다는, 내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노래에 꽂히게 되었다는 경과를 보고하기 위해 적은 글에 가깝다.
당연히 이 노래를 매우 추천하지만, 평소에 음악을 오락처럼 즐기는 내 일상을 담아보고 싶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이렇게도 노래를 즐길 수 있어요'를 소개하고 싶었다.
이 노래에 꽂히게 된 계기는 명확하다. 평소에 유튜브에서 음악이랑 관련된 채널을 종종 보는데, 설 연휴 즈음에 도무지 시청하지 않을 수 없는 썸네일을 발견했다. 구독하고 있던 룩삼님 채널에 이런 썸네일이 올라왔다.
이 영상을 최대한 재밌게 즐기고 싶었다. 그래서 룩삼님의 다시보기 링크를 통해 어떤 이상형 월드컵을 진행했는지를 찾은 후 내가 먼저 128강을 꽉꽉 채워서 해봤다. (링크를 공유하고 싶어서 찾아봤는데, 지금은 수정되고 삭제되었다) 한 곡도 거르지 않고 모두 들었다. 아예 처음 보는 가수들도 있었고, 가수 이름은 들어봤는데 막상 들어본 적 없는 노래들도 많았다. 너무 즐겁게 노래들을 들으며 이상형 월드컵을 해봤었다. 이 월드컵에서부터 좋은 노래를 정말 많이 찾았는데, 그중에서 RATM - Killing In The Name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거기서부터 혼자 RateYourMusic이나 다른 리뷰들도 읽으면서 관심도를 조금씩 높여가고 있었다.
그런데 이 노래가 룩삼님의 영상에서 제일 처음 등장했다. 프리코러스에 계속 반복되는 'Now you do what they told you'를 '나의 두 번째 도전!'이라면서 리액션하는 것이 진짜 웃기다. 한동안 이 노래를 들을 때 계속 룩삼님 목소리가 떠올라서 한글로 들리는 바람에, 억지로 영어 가사를 따라 부르면서 룩삼님의 목소리를 묻히게 만들어야 했었다.
글을 집중해서 읽은 분들은 뭔가 이상함을 느낄 것이다. 이 글은 'Killing In The Name'을 다룬 곡이 아니다. 지금 꽂혀 있는 노래는 이 노래가 아니다. KITN은 2~3월에 특히 꽂혀서 내가 '하루 한 곡씩'에도 기록을 했었다. 3월 이후로는 RATM의 다른 노래, 1집이 아닌 다른 앨범들을 찾아 듣기 시작했는데, <Bulls On Parade>를 처음 들었을 때 압도당할 정도로 너무 좋았다. 특히 드럼이 아주 인상적이다. Chorus가 끝나고 들어가는 "쾅쾅 두두 쾅쾅 두두두두두두"를 네 번 반복하는 부분이 듣자마자 뇌에 새겨져 버렸다. '듣자마자 이해될 정도로 단순한데, 너무 적절하게 넣었다.!' 싶은 감탄을 하게 만든 부분이었다.
이제 내가 인상적으로 봤던 유튜브 영상을 하나 더 소개해야 한다. 취미로 드럼을 치는 난 작년에 록 음악의 역사에 기록될 드러머들의 천재성을 설명해 주는 'The Genius Of...' 시리즈를 통해서 Drumeo라는 채널을 발견했다. 비틀스의 'Ringo Starr', 레드 제플린의 'John Bonham', 더 후의 'Keith Moon'등의 이름을 검색해 보다가 발견했는데, 드럼과 관련한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채널이다.
Drumeo는 'The Genius Of..' 시리즈 말고도 여러 흥미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Hears.. For The First Time'이라는 콘텐츠도 아주 재밌다. 이 콘텐츠는 유명한 드러머 분을 데려와서 그분이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드럼이 아이코닉한 곡을 들려준 후, 직접 본인이 그 드럼을 채워 넣어보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이 콘텐츠의 키포인트는, '처음 들어보는 곡'을 모두 틀어주는 것이 아니라 '드럼을 뺀' 부분을 들려준다는 점이다. 그리고 노래를 단 한 번만 듣는다. 그러니까 Drumless 트랙을 단 한 번 듣고, 그 곡에 어울리는 드럼을 본인이 채워 넣는다는 건데, 정말 재밌다.
그런데 5월 말 정도에 이 영상이 내 알고리즘에 떴다. 헉 RATM 노래가 이 콘텐츠에서 다뤄진다고? 이 역시 시청하지 않을 수 없는 썸네일이었다. 와 그리고 이 영상이 엄청 흡입력 있었다. 지금까지 최소 7번은 봤다.
팝 음악이나 팝 펑크에 가까운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의 세션 드러머로 유명한 Jess Bowen을 초대해서 Nu Metal 장르의 대표 격인 RATM의 노래 중 <Bulls On Parade>를 처음 들어보고, 직접 드럼을 치며 리액션을 하는 영상이다. 드럼 없이 이 노래를 처음 들어본 사람도 환상적인 강렬함을 느낄 수 있는 곡인 걸로 봐서, 그리고 내가 Drumless 음원을 듣고 나서, 이 곡의 에너지를 더 선명하게 체감할 수 있었다. 또 이분의 연주를 들으며 나는 과연 어떻게 이 곡을 채워 나갔을까를 비교해 보기도 하면서 노래를 더 선명하게 들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연주 후에 원곡을 듣고 스스로 피드백을 해보는 시간을 짧게 가진다. 여기서 Jess가 원곡의 드럼에 놀랐던 부분이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이 피드백들이 이 곡의 드럼을 더 선명하고 재밌게 들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첫 번째는 텐션이 가장 낮게 빌드되어 있는 Verse에서 하이햇이 아니라 Ride를 연주한다는 점, 두 번째는 본인이 드럼을 빼도 되는 순간이 있었고, 더 단순하게도 에너지를 잘 전달했다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복잡하지 않게, 정확하게 필요한 만큼 단순해서 완벽하게 느껴지는 이 드럼이 머릿속에 많이 남아 <Bulls On Parade>를 더 많이 듣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니 이건 또 뭐야. 약 2주 정도 전에 발견한 클립인데, 매우 공격적이고 타이트한 라임을 잘하는 테크니션에 그에 너무 어울리는 톤을 가진 래퍼 Denzel Curry가 이 <Bulls Of Parade>를 커버를 한 영상이었다. 어우
이것도 안 볼 수가 없었다. '에너지'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리는 라이브다.
힙합과 락(특히 메탈)은 'Rage'와 'Rockstar'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유이한 장르임을 이 영상으로 다시 한번 더 체감했다. 그리고 <Bulls On Parade>가 래퍼에게도 이 정도로 영향을 준 노래인 걸 확인함으로써, 강력한 힘을 지닌 노래임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Bulls On Parade>은 3가지 영상으로 인해 꽂히게 된 노래라 그런지, 지금 나만의 차트에서 장기집권하고 있는 노래가 될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새로운 노래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는 만큼 이 애정을 정리하는 글을 적어보고 싶었으며, 이만큼 꽂힐 수 있는 노래인만큼 다른 사람들에게도 꼭 소개를 해주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됐다. 앞으로도 종종 요즘 꽂혀 있는 노래들을 그 경로와 함께 기록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