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공교육의 미래
최재천 전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통섭'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한국 교육이 암기 위주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런 주장은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과 맞물려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AI는 이미 우리가 오랜 시간 공들여 배운 국어, 영어, 수학 능력을 훨씬 뛰어넘기 시작했고, 앞으로 그 격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질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가르치고 배워야 할까?
공교육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그 본질적인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공교육이 확립된 지 불과 100년 남짓한 시간 동안, 학교는 주로 공장 노동자들이 맡은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본적인 언어 능력과 수리 능력을 가르치는 데 집중했다. 이후 영어가 국제어로 부상하면서 국, 영, 수 중심의 교육 체제가 확고히 자리 잡았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느끼는 공교육의 현실은 이런 초기 목적과는 상당히 다르다.
내가 느끼기에 현재 공교육에서 가르치는 국, 영, 수는 성숙한 민주사회의 시민을 기르기 위한 교육이라기보다는, '시험'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어 특정 인기 학과, 즉 의대, 법대, 그리고 소위 잘나가는 공대에 진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런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테슬라의 수장인 일론 머스크는 대학 교육이 시간 낭비이자 돈 낭비라고 강하게 말한다. 그 이유는 이미 대학에서 제공하는 지식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배울 수 있고, 대학 교육은 단지 비슷한 나이 또래와 어울리는 낭만적인 경험만 남아있을 뿐이라는 거다.
물론, 과거의 교육 시스템이 특정 시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급변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는 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AI가 단순 암기와 반복적인 계산 능력을 압도하는 지금, 공교육은 비판적 사고,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타인과의 협력과 소통 능력 등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한, 건강한 민주시민으로서 공동체에 기여할 수 있는 윤리적 가치관과 시민 의식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교육의 목표가 되어야 할 거다. 지식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