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은 하나다: 데카르트는 틀렸다

by 뉴욕 산재변호사

나는 인신 손해 사건을 다루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매일같이 사람들의 몸이 다치는 것을 보지만, 그와 동시에 마음도 함께 다친다는 것을 느낀다. 처음에는 단순한 육체적 부상이었을지 몰라도, 그것은 곧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진다. 고통, 움직임의 제한, 일상의 붕괴는 결국 마음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이처럼 몸과 마음은 떨어질 수 없는 하나의 전체다.


그런데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로 이 둘을 철저히 분리해 버렸다. 데카르트는 정신이 몸을 지배하며, 둘은 서로 다른 본질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이른바 ‘이원론’은 이후 서양 철학뿐 아니라 의학, 법, 정치 전반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정치인들도 이와 유사한 철학에 영향을 받은 듯하다. "정신일도 하사불성"—즉, 정신만 강하면 돌도 뚫을 수 있다는 말은, 마음이 몸을 통제할 수 있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내가 겪고 있는 현실은 다르다. 몸이 다치면 마음도 함께 무너진다. 척추가 부러진 사람은 우울해지고, 만성 통증은 불안을 낳고, 외모가 손상된 사람은 자존감을 잃는다. 신체적 부상은 단지 뼈와 살이 다친 것이 아니라, 정체성과 자신감, 내면의 평화까지 뒤흔드는 사건이다. 몸과 마음이 분리된다는 주장은 인간의 고통 앞에서 힘을 잃는다.


현대 신경과학도 이 사실을 뒷받침한다. 뇌는 몸의 일부이고, 우리의 생각과 감정, 자아의식은 모두 생물학적 기반 위에 놓여 있다. 트라우마는 기억 속에만 머물지 않는다. 몸 속에 저장된다. 그렇기에 진정한 회복은 몸과 마음, 양쪽을 모두 포함해야만 한다.


데카르트는 틀렸다. 마음은 몸 위에 떠 있는 꼭두각시 조종사가 아니다. 몸과 마음은 서로 떨어져 있는 두 세계가 아니라, 긴밀히 연결된 하나의 존재다.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고, 진짜로 치유하고자 한다면, 우리는 이 오래된 분리의 환상을 버리고, 통합의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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