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라는 질문

타인을 향한 경계와 자신을 향한 성찰

by 뉴욕 산재변호사

우리는 무언가를 이해하고 싶을 때 자연스럽게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이 간단한 질문이 타인을 향할 때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왜'라는 질문을 타인에게 던지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 순간 상대방은 즉각적으로 방어 논리를 구축하기 시작하며, 심리적으로 위협감을 느낀다. 이는 '왜'라는 질문이 상대방의 행동이나 생각이 '정상(normal)'의 범주를 벗어나 '비정상(abnormal)'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친구에게 혹은 배우자에게 "왜 그랬어?", "왜 늦게 왔어?", "왜 전화했어?"라고 한마디 건네보라. 아마 금세 싸늘하고 차가운 반응이나, 움츠러드는 듯한 방어적인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처럼 간단해 보이는 '왜'라는 질문은 놀랍도록 강력하게 관계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인지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행동이나 신념에 대해 타당성을 부여하려는 강한 동기를 가지고 있다. 특히 비판적인 뉘앙스를 담은 '왜'라는 질문을 받으면, 자신을 방어하고 자신의 입장을 정당화하려는 심리적 압박을 크게 느낀다. 이는 곧 공격적인 질문으로 인식되어, 건설적인 대화보다는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상대방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설명을 요구받는 것 자체를 비난으로 받아들여, 솔직하고 개방적인 소통을 가로막는 벽을 세우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리처드 니스벳(Richard Nisbett)과 티모시 윌슨(Timothy Wilson)의 1977년 논문, 「우리가 알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 말하기: 정신 과정에 대한 언어적 보고(Telling More Than We Can Know: Verbal Reports on Mental Processes)」에서 인간이 자신의 인지 과정에 대해 완벽히 접근하기 어렵고, 종종 사후적으로 설명을 구성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뒷받침된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은 자기 자신에게 던질 때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세계적인 동기부여가이자 연설가인 토니 라빈스가 자신을 'Why Guy'라고 소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통해 자신의 생각, 감정, 행동의 근원을 깊이 탐구할 수 있다. 오프라 윈프리처럼 어린 시절 사촌 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등 혹독한 삶을 살았던 인물이 어떻게 그러한 상황을 극복하고 만인이 우러러보는 세계적인 스타가 될 수 있었는지, 그 해답은 바로 '왜'라는 내면의 질문에 있다.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할까?', '나는 왜 이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까?', '나는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와 같은 질문들을 자신에게 던짐으로써 우리는 자기 성찰의 기회를 얻는다. 이는 단순히 과거의 행동을 후회하거나 자책하는 것을 넘어선다. 이러한 질문들은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자신의 가치관과 동기를 파악하며, 궁극적으로는 자기 이해를 높이고 개인적인 성장을 이끄는 중요한 도구가 된다. 자신을 향한 '왜'는 방어가 아닌 탐색을 위한 질문이며,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더욱 단단하고 지혜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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