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가 나오는 쇼츠는 꼭 챙겨보곤 한다.
짙은 흑갈색 털 아래 단단히 붙어 있는 근육, 번개처럼 빠르진 않아도 대지와 이어진 묵직한 움직임, 그리고 그 모든 육중함 속에 숨어 있는 뜻밖의 고요함. 세상은 강한 존재일수록 거칠고 위협적이라 말하지만, 고릴라는 그렇지 않다. 그는 자기 힘을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다. 오히려 웅크리고, 침묵하며, 인내한다. 그 거대한 손으로 새끼의 얼굴을 어루만지고, 제 짝의 몸을 가만히 품는다. 숲 속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앉아, 나뭇잎을 뜯어 먹고, 햇살을 눈부시게 바라본다.
그런 고릴라를 보며 문득 생각하게 된다. 진정한 강함이란 무엇일까? 고릴라는 영토를 침범한 외부의 위협에만 으르렁댄다. 그마저도 먼저 싸움을 걸지 않는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만, 한 걸음 앞으로 나선다. 그 눈빛엔 분노가 아닌 책임이 있고, 그 울부짖음엔 광기가 아닌 경계가 있다. 그에게 있어 싸움은 본능이 아니라 사명이다.
나는 때때로 고릴라와 나를 비교해본다. 나는 말로, 논리로, 혹은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지키려 애쓴다. 그러나 고릴라는 그저 조용히 서 있을 뿐이다. 아무 말 없이도 그는 이미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말 없이도 전해지는 울림, 그게 고릴라의 언어다.
고릴라의 등 뒤엔 늘 무언가가 있다. 가족, 무리, 새끼… 어깨 위에 짊어진 책임. 그래서 그가 더는 뒷걸음치지 않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결코 자신을 위한 싸움이 아니다. 그는 누군가를 위해 싸우는 법을 아는 존재다.
요즘, 고릴라가 좋아진다. 세상이 소란스러울수록, 그런 고요한 강함이 더욱 그립다. 말없이 품고, 말없이 지키며, 말없이 살아가는 존재. 그 묵묵함 속에 깃든 사랑과 힘.
요즘 부쩍 고릴라가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