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시스템과 정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

by 뉴욕 산재변호사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들은 종종 억울한 마음에 사법 시스템에 기대를 걸고 클레임을 제기한다. 그들은 판사들이 자신들의 고통과 억울함을 헤아려 정의로운 판결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법정에 선 그들에게 나는 종종 "이것은 **정의 시스템(justice system)**이 아니라 법률 시스템(legal system)"이라고 조언한다. 이 조언은 단순히 냉소적인 발언이 아니라, 법원이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현실적인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정의'는 매우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개념을 포함한다.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 정의는 곧 자신의 억울함이 해소되고, 가해자가 응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판사들은 이러한 개인적인 감정과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법률 전문가로서, 객관적인 증거법률에 의거하여 판단을 내린다.


판사 역시 감정을 가진 한 사람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들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동정심에 이끌려 판결하지 않도록 훈련받는다. 여기서 우리는 **인지적 구두쇠(cognitive miser)**라는 인지심리학 개념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인간은 인지적 자원을 절약하려는 경향이 있다. 판사들은 수많은 사건을 처리하며 복잡한 정보를 분석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모든 개별 사건의 감정적 측면에 깊이 몰입하는 것은 엄청난 인지적 부담을 초래한다. 따라서 판사들은 감정적, 주관적 판단보다는 객관적 증거와 법률이라는 명확한 기준에 의존하여 판단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인지적 노력을 최소화하면서도 일관성과 효율성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판사의 역할은 사건의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해당 사실에 적용될 수 있는 법률 규정을 찾아내어, 법률에 어긋나지 않도록 판결을 내리는 것이다. 즉, 판사의 주된 임무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리적이고 일관된 결정을 도출하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움이라는 추상적인 가치보다는, 절차적 정당성법적 안정성에 더 큰 비중을 둔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법률 시스템은 '정의'라는 이상적인 목표를 향해 나아가지만, 그 과정은 철저히 법적 논리증거를 기반으로 한다. 노동자가 겪은 고통이나 사회적 불평등은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법률적으로 인정되는 손해배상 범위나 과실 비율 등을 산정하는 데 간접적으로 고려될 뿐이다. 이러한 간극 때문에 많은 이들이 법원의 판결이 자신이 기대했던 '정의'와는 거리가 멀다고 느끼곤 한다.


결국, 법률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법원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현실적인 기대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감정적인 호소보다는 명확한 증거와 법리적인 주장이 중요하며, 판결은 개인의 감정적 만족보다는 법적 효력과 사회적 안정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이해는 법적 분쟁에 임하는 의뢰인들이 보다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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