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문을 닫을 때, 오히려 열린다

감각 집중의 철학

by 뉴욕 산재변호사

우리는 종종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는다. 너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사랑을 나눌 때, 또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깊이 들을 때. 왜일까?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이에는 우리의 뇌가 감각을 ‘집중’시키기 위한 본능적인 선택이 숨어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우리는 종종 눈을 감는다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에서도 심사위원들은 공정한 심사를 위해 눈을 가렸다. 하지만, 이것은 공정한 심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바로 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심사위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마치 세상을 잠시 꺼두듯, 시각이라는 강력한 감각의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미각이라는 감각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다. 씹는 소리, 음식의 온도, 혀끝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단맛, 짠맛, 감칠맛. 모든 것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눈을 감는 순간, 우리는 혀로 세상을 다시 읽는다.


섹스를 나눌 때도 우리는 자주 눈을 감는다. 단순한 낯부끄러움 때문만이 아니다. 시각을 잠시 접어두면, 촉각이라는 감각이 전면으로 떠오른다. 손끝의 떨림, 입술의 온기, 몸과 몸 사이에서 오가는 미세한 떨림들. 그 모든 것은 시각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놓치기 쉬운 것들이다. 눈을 감아야, 진짜로 ‘느낄 수’ 있는 감각의 세계가 열린다.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깊이 들을 때, 오히려 눈을 감기도 한다. 얼굴 표정이나 주변 환경에서 오는 시각적 자극을 차단함으로써, 청각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눈을 감으면, 말의 높낮이, 호흡의 간격, 침묵의 무게조차도 들린다. 때로는 입보다 귀가,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듣는다는 것은 단순한 수동적 행위가 아니라, 감각의 문을 조절하는 능동적인 태도다.


우리의 오감은 언제나 협업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의 감각이 빛나기 위해서는 다른 감각이 잠시 쉬어줘야 한다. 맛을 느끼려면 눈을 감아야 하고, 몸을 느끼려면 생각을 멈춰야 하며, 마음을 듣기 위해선 말하는 것을 멈춰야 한다. 감각은 ‘집중’할 때 더 날카로워지고, 우리는 그 집중 속에서 더 깊은 감정과 연결된다.


결국, 감각의 본질은 ‘선택’이다. 눈을 감는다는 것은 단순한 차단이 아니다. 그것은 더 잘 ‘느끼기’ 위한 선택이다. 과잉의 시대, 과잉의 정보 속에서, 우리는 감각 하나를 선택하고 나머지를 잠시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진실된 경험은 언제나 조용한 곳에서, 닫힌 감각 뒤에서 피어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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