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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의 사상으로 본 배드민턴과 힘의 역설

비움과 여백의 미학

by 뉴욕 산재변호사

배드민턴 코트 위에서 초보자들은 흔히 공을 강하게 치고 싶은 마음에 라켓 그립을 꽉 쥐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역설적으로 강한 타구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립을 꽉 쥔다고 해서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손목의 유연성을 제한하고 스윙의 속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강한 타구를 위해서는 그립을 느슨하게 풀어 손목과 그립 사이에 공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공을 타구하는 바로 그 순간, 전완근과 악력을 이용하여 그립을 단단히 쥐는 순간적인 힘으로 강렬한 스매시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공간이 있어야 힘이 나온다'는 배드민턴의 원리는 동양 철학의 깊은 통찰, 특히 노자의 사상과 맞닿아 있다.


노자는 그의 저서 『도덕경』에서 '무위자연(無爲自然)'과 '유능제강(柔能制剛)'의 철학을 설파했다. 이는 억지로 애쓰지 않고 자연의 흐름에 따르며,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는 사상이다. 배드민턴에서 그립을 느슨하게 쥐는 것은 바로 이 '무위'의 자세와 유사하다. 힘을 빼고 공간을 허용함으로써 손목과 라켓이 자연스러운 궤적을 그리며 움직일 수 있게 된다. 억지로 힘을 주어 경직된 상태에서는 도리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노자는 또한 "그릇은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고, 문과 창문은 비어 있어야 방이 된다"고 말했다. 여기서 '비어 있음'은 단순한 공허가 아니라, 잠재력과 가능성을 품은 '공간'을 의미한다. 배드민턴 라켓을 잡은 손과 그립 사이의 미세한 공간은 바로 이러한 잠재력을 품은 공간이다. 이 공간이 있어야만 손목의 스냅과 전완근의 순간적인 힘이 폭발적으로 발휘될 수 있다. 꽉 채워져 빈틈이 없는 상태에서는 새로운 힘이 들어설 여지가 없다. 유연한 공간이 있어야만 외부의 힘을 받아들이고, 이를 자신의 힘으로 전환하여 더 큰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비단 배드민턴 기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의 삶과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때로는 무언가를 꽉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는 조급함이 오히려 일을 그르치곤 한다. 인간관계에서 상대방을 너무 꽉 잡으려 하거나,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면 관계에 균열이 생기기 쉽다. 마음속에 여유와 공간을 두어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더 깊고 풍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강박은 오히려 창의성과 효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 때로는 불확실성을 허용하고,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결론적으로, 배드민턴의 '공간이 있어야 힘이 나온다'는 역설적인 원리는 노자의 철학과 깊이 연결된다. 힘을 빼고 유연한 공간을 허용함으로써 오히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통찰은, 삶의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지혜를 제공한다. 조급함과 경직됨을 버리고, 비움과 여백의 미학을 이해할 때, 우리는 더욱 강력하고 유연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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