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우리가 읽었던 전래동화 중에는 '우산 장수와 부채 장수 형제를 둔 어머니' 이야기가 있다. 비가 오면 부채 장수 아들의 장사가 안될까 걱정하고, 해가 나면 우산 장수 아들의 장사가 안될까 노심초사하던 어머니의 이야기는 현대 주식 시장에서 우리가 겪는 심리적 갈등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개별 종목 투자자에게 시장은 늘 잔인한 시험대다. 몇 년 전, 나는 엔비디아(NVIDIA)에 투자했다가 지독한 하락장을 마주한 적이 있다. 파란색으로 물든 계좌를 견디다 못해 결국 '손절' 버튼을 눌렀고, 야속하게도 주가는 그 직후부터 거짓말처럼 치솟았다. 뒤늦게 급격히 오른 가격으로 재구매를 결정했을 때의 그 '뼈 아픈' 후회는 단순히 돈을 잃은 것 이상의 심리적 타격을 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엔비디아에 집중하느라 미처 담지 못했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할 때 느끼는 '배 아픔'과 낙심은 투자자의 일상을 갉아먹는다. 우산 장수 아들(엔비디아)이 비를 맞고 있을 때 부채 장수 아들(마이크로소프트)의 성공을 보며 한숨 짓던 동화 속 어머니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었다.
동화 속 어머니를 구원한 것은 "비가 오면 우산 장수가 잘 되고, 해가 나면 부채 장수가 잘 되니 이 얼마나 좋으냐"는 이웃의 발상 전환이었다. 나에게 그 이웃의 조언은 바로 '지수(ETF) 투자'였다.
이제 나는 특정 종목의 향방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다.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수많은 혁신 기업들이 함께 담긴 지수에 투자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 엔비디아가 달릴 때는 그 수익을 함께 누려서 좋고, 설령 잠시 주춤하더라도 포트폴리오 내의 다른 기업들이 버텨주니 예전처럼 조급하게 매도 버튼을 누르지 않게 되었다.
투자의 성패는 결국 기술이 아니라 '심리'에서 결정된다. 개별 종목의 변동성에 일희일비하며 시장을 떠났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어떤 날씨에도 우리 집안(포트폴리오)은 결국 성장할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잘 되는 종목은 잘 되는 대로 기특하고, 잠시 부진한 종목은 언젠가 올 제 차례를 기다리는 자산으로 여길 수 있는 여유. 이 '마음 편한 투자'야말로 긴 시간 시장의 풍파를 견디게 하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동화 속 어머니가 마침내 두 아들의 사업을 모두 긍정하며 미소 지었듯, 나 역시 ETF라는 든든한 바구니 덕분에 시장의 어떤 날씨 속에서도 평온하게 내일을 기다릴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