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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의 뒷모습

by 뉴욕 산재변호사

나는 상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빛나는 기계 앞에 몸을 구부린 채, 운명을 타자하듯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아홉 해 전, 나는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젊고 야망으로 빛나는 변호사의 얼굴을 보았다. 지금도 그는 여전히 잘생겼지만, 머리 위에 드러난 탈모와 흰 머리는 시간이라는 신이 남긴 침묵의 서명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에게 낯선 감정이 불쑥 올라왔다. 존경도, 연민도 아닌—그를 보호하고 싶다는 욕망. 강한 자를 지키고 싶다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인가! 그것은 내 안의 나약함이었을까, 아니면 오래된 지혜였을까? 어쩌면 둘 다, 어쩌면 둘 다 아닐지도. 그러나 분명한 건, 나는 그 찰나에 깨달았다—시간은 가장 단단한 자의 영혼에도 부드러움을 새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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