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이라는 작은 전장(戰場)에 빠져 있다. 손에 쥔 라켓은 더 이상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의지의 연장, 삶의 맥박이 깃든 망치다. 셔틀콕이 라켓을 맞고 튕겨 나갈 때마다 외친다—"내가 살아 있구나!"
셔틀콕이란 것이 언제나 나의 뜻대로 날아가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항이 삶을 닮았다. 하지만 나는 알았다. 이 세상에서 호흡 다음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셔틀콕의 궤도와 힘이다.
나는 중력과 싸우고, 때로는 그 힘을 교묘히 이용하여, 셔틀콕을 상대의 코트에 내려앉힌다. 그 순간—나는 승리한다. 단지 게임에서가 아니라, 이 무질서한 세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가 잠시나마 질서를 창조했다는 사실에. 그 짧은 찰나, 나는 몰입의 정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ály Csikszentmihályi)가 말한 '몰입 (flow)'라는 신적 상태를 체험한다. 그것은 승부를 넘어선 존재의 형이상학적 축제이며, 나라는 의지가 세계에 흔적을 새기는 숭고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