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시즌 3가 온다.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기다리고 있다. 단순한 관심이 아니다. 마치 약속된 운명처럼, 인터넷과 커뮤니티 곳곳에서 기대와 긴장, 이론과 밈이 넘쳐난다. 피와 배신이 가득한 생존 게임의 다음 시즌을 우리는 왜 이토록 기다리는가?
이 질문에 대해,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의 이론은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융은 인간의 무의식 속에는 누구나 ‘그림자’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그림자는 우리가 억누르고 숨겨온 감정들—공포, 분노, 질투, 이기심—즉,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 자신이다. 문명은 이를 억제하라고 가르치지만,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욱 깊숙이 숨어 있다가, 상징이나 환상, 꿈, 예술 속에서 고개를 든다.
오징어 게임은 바로 그 그림자와의 조우다. 폭력적이고 절박한 선택, 배신과 도덕적 모호함. 우리는 그것을 단순히 “다른 세계”라고 치부할 수 없다. 어느 순간, 그들의 선택은 우리 자신의 깊은 본성과 맞닿는다.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오징어 게임은 우리 내면의 어두운 가능성을 비추는 거울이다. 융은 개성화(individuation) 과정에서 그림자와 마주하고, 그것을 통합하는 것이 인간의 성장이라 했다. 오징어 게임은 그 과정을 상징적으로 체험하게 만드는 장이다. 안전한 스크린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과 싸운다.
융은 또 하나의 개념을 제시했다. 바로 집단 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 이는 인류 전체가 공유하는 원형(archetype)과 상징의 저장소다. 오징어 게임 속의 유년기 게임은 단순한 한국적 소재가 아니다. 그것은 보편적인 상징의 변형이다—순수함이 잔혹함으로, 놀이가 생존으로 뒤바뀔 때, 우리는 인간 본성의 역설을 목격한다.
등장인물 속에는 트릭스터, 희생자, 폭군, 영웅 같은 원형들이 숨어 있다. 시즌 3는 단순한 드라마의 연속이 아니라, 이 현대 신화의 다음 장을 예고한다. 우리는 기훈이 어떤 변화의 길을 걸을지, 시스템은 어떻게 반응할지를 통해 우리 자신의 갈등과 갈망을 함께 투영한다.
융은 어떤 어둠 속에도 빛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 오징어 게임이 단지 잔인한 현실을 그려내기 때문에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니라, 그 잔혹함 속에서도 의미와 변화, 구원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몰입한다.
시즌 3를 우리는 단순한 ‘다음 시즌’이 아니라, **하나의 심리적 의례(ritual)**로 기다린다. 거기서 우리는 두려움을 투사하고, 그림자를 마주하고, 변화의 서사를 희망한다. 그것은 캐릭터를 위한 것이자, 우리 자신을 위한 기다림이다.
결국, 오징어 게임은 현대인의 꿈이다. 혼돈 속에서도 인간성과 희망을 지켜내려는 우리의 내면 투쟁. 우리는 그 이야기를 끝까지 보고 싶다. 어쩌면, 그 안에서 우리 자신을 이해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