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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im Apr 22. 2023

잡초와 전쟁

 

겨울 내내 찬바람이 불고 날씨가 사나웠어야 잡초가 자라지를 못했을 덴데. 4월에 우리 집 마당은 잡초로 잔디가 어디인지 잡초가 어디인지

경계가 무너진 지  오래다


햇살도 적당하고  바람도 잔잔 하기에 눈가주름 생길라 대나무 모자에 안 입는 옷을 잘라  단단히  얼굴을 싸매고

잡초와 전쟁을 하기 위해 마당으로 나갔다


플로리다는 바닷가 근처라 집을 지을 때 콘크리트로  기초를 올리고 그 위에  집을 짓는데 마당이 모레라 흙으로 덮고 흙 위에

조금이라도 잡초를 막기 위해 망을 덮고 또, 흙으로 덮는다


어디 하늘이 , 자연이 , 인간의 열망대로 움직이나 집 지은 지 7년째가 되고 보니 마당 흙은 장마 빗물에  씻겨나가

서서히 모레가 보이기 시작하기에, 다시 흙으로 덮어주기는 했으나 잔디는 그 시간을 견디기 힘든지 4월이 된 지금 반을 말라죽고 반은

푸른 잔디가 나왔으나 잡초로 둘러싸인 모양이 전쟁에 적군에게 포위당한 깡마른 병사 같은 애처로운 모습이다


호미를 들고 마당 잡초를 보니, 자기들도 살겠다고 꽃도 피고 어떤 건. 꼭 잔디처럼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는데

그 뿌리가 무슨 산삼모양인 것이  언제 그렇게 깊게 뿌리를 내린 건지.. 5월과 6월 들에 피는 민들레는 임신해 아기 낳는 임산부처럼

잔뜩. 꽃봉오리를 만들려 모양을 만들고 있지만 우리 집 마당에는 절대 꽃을 피워서는 안 되기에 호미로 뿌리를 힘껏 쳐 바닥까지 파내 보았지만

영 잘 뽑히지 않는다


잔디 살리기는 매년 우리 부부에게는 숙제

시간 맞춰 물 주기. 아침저녁 물 주기. 영양제주기 잡초약 뿌려주기

마당 있는 집에 대한 환상 같은 건 잔디를 안 키워본 사람들의 로망일 뿐 , 잔디밭일이

고추농사 배농사와 별반 다르지 않은  농사일에 버금가는 잔일이 많다


오히려 농사는 먹거리라도 주기나 하지 잔디는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HOA (home association) 경고를 먹거나 벌금도 내야 하는 어이없는 일도 당하게 된다

내 집이라고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미국법 그걸 이해하기까지 나도 꽤  시간이 필요했으니까.


재작년 우리 집옆에 큰 공터를 어떤 사람이 샀는데 그 공터관리가  잘 안 돼서 그 공터에서 잡초씨들이 날려

우리 집 잔디, 반이 마르고 잡초에 점령당해 HOA 회의 때남편이 꽤나 언성을 높이며 말했다는데

여전히 우리 집마당은 잡초들과 전쟁 중 무기인 호미를 들고 싸우는 건 늘 내 몫!!! 너희를 오늘은 꼭! 반이라도 걷어내리라

다짐했것만, 하얗고 조그맣세 꽃몽우리를 피운 들꽃 앞에 서고 보니 내가 왜 이리 잔인하게 느껴지는 건지..


정원을 좀 가꿔볼 요량으로 장미도 사다 심고 수국도 사다 심고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이름 모르는 꽃들을

흙도 덮고  하얀 강가돌들도 몇 포 사서 정원에 심었건만 돈들인 꽃들은  내가 원하는 모양대로 자라지 않더니

어쩜 잡초들은 그렇기 앙증맞은 모양으로 꽃까지 이쁘게 피우고 잔디밭에 핀 건지 그런 이쁜 꽃도 노랗고 하향게 피워준

잡초 들꽃들을 난 그냥 인정사정 봐줄 수 없기에 뽑아버렸다


잎이 꼭 코스모 양 같지만 그보다 작게 핀 어떤 들꽃 비록 이름도 모르는 들꽃잡초에게

난 이렇게 속삭이듯 말해보았다.


분명 너희들도 어떤 존재의 이유는 있을 덴데 사람들에게 쓰임이 알려지지 않아서 들꽃으로

이렇게 생명이 뿌리째 뽑히는구나 이름이라도 가지고 있어서  향기라는 보호라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니 , 그럼 내가 너희들을 내 정원한쪽에 터를 내주었을 덴데… 내 마음 한 자락을

지금 너희에게 내어주듯이 말이야 나중에는 내 정원에 아름다이 장미로 태어나려무나


그땐 너희들에게 맛있는 물도 주고 영양도 나눠주게

오늘은 잔디들에게서 자리를 내어줘

내가 태어나길 인간으로 태어나  잔인하게 너희 생명을 쳐내지만

너희가 있던 그 자리 주인인 잔디들 잘 보살필 테니 잔디에게 양보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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